국민의힘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당론으로 발의하는 반도체특별법에 정부 보조금 등 재정 지원을 위한 내용이 담긴다. 업계 숙원인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고연봉 관리·전문직 근로시간 규제 적용 제외) 조항과 함께 재정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10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 부처와 조율된 내용을 내일(11일) 발의할 것"이라며 "28일 여야 합의를 목표로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 정책위의장은 그동안 반도체 업계에서 요청한 보조금 지원 가능성과 관련해 "보조금 등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보통은 투자세액공제를 지원하는데, 세액공제는 투자를 실행하고 공장이 완공되고 종업원을 채용하고 공장을 가동해서 영업이익이 발생할 때만 받을 수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처럼 투자 확정 단계에서 선(先)보조 지원을 받는 것이 인센티브가 되기 때문에 우리도 그런 법적 근거를 두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52시간제 예외 조항을 골자로 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규정도 반도체특별법에 담긴다. 그동안 국내 반도체 업계는 R&D 인력에게도 적용되는 주 52시간 근로 규제를 '족쇄'로 간주하고 있었다. 엔비디아, TSMC 등 각국의 주요 반도체 업체와 경쟁하는 첨단산업 분야에서 근로 시간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업계의 목소리를 수용한 조치.
김 정책위의장은 "(노사)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주 52시간 근로 시간의 예외를 인정하도록 하려 한다"고 말했다.
보조금 지원,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적용 등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은 시행령에 위임하기로 했다.
아울러 법안에는 반도체 경쟁력 강화 및 공급망 안정화 특별회계와 대통령 직속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반도체혁신지원단 설치 근거도 담길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라 글로벌 산업·통상 분야에서 변동성이 커진 만큼 반도체특별법 등 한국 기업 지원 입법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앞서 5일(현지시간) 치러진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당선인은 내년 1월20일 취임식에서 선서를 할 예정이다.
김 정책위의장은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 반도체 산업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있지만, 대체로 SK와 삼성전자가 투자를 많이 하고 해외시장, 특히 미주 시장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해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