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배경으로 '이대남'으로 불리는 미국의 20대 남성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다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에게 이대남 표심의 중요성을 설득한 건 18세 막내아들 배런 트럼프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에게 이들이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설득한 주인공이 18세 막내아들 배런 트럼프였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경쟁하면서 미국의 남초 커뮤니티로 불리는 '매노스피어'(Manosphere)를 적극적으로 파고든 전략을 썼다. 페미니즘을 비롯한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반발 정서와 이에 맞물린 성별 투표의 쏠림 경향에 해리스 부통령이 유색인종 여성이라는 점이 더해지면서 이대남의 트럼프 당선인 지지는 어느 정도 예측됐던 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매노스피어와 인연을 맺으면서 더욱 이들의 관계가 단단해졌다는 분석이다.
WSJ은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8월 유명 게임 스트리머 애딘 로스의 라이브 방송에 출연하면서 매노스피어의 세계에 진입했다고 봤다.
당시 90분간 진행된 라이브 방송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내가 아는 것은 아들이 '아버지는 이 인터뷰가 얼마나 큰일인지 몰라요'라고 말해줬다는 것뿐"이라며 진행자 로스를 향해 "아들 배런이 당신의 열렬한 팬인데 인사를 전해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로스는 "배런은 멋지고, 놀랍고, 훌륭한 아이"라며 "키도 매우 크다"고 농담이 섞인 화답을 했다.
WSJ은 "이날 방송 출연을 계기로 트럼프 당선인은 매노스피어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며 "당시만 해도 이 세계가 낯설었던 트럼프 당선인에게 뉴욕대학교 1학년이던 배런이 '길잡이' 역할을 해줬다"고 전했다. 이어 "(선거 전략에서) 배런은 분명히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그는 그 연령대에 있고, 현재 누가 인기 있는지를 잘 안다"는 배런 친구의 말을 소개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시 로스로부터 유세 중 피격당한 직후 귀에 피를 흘리며 오른손 주먹을 치켜든 사진이 랩핑 된 테슬라 사이버트럭과 롤렉스 시계 등을 선물 받았다. 이후 트럼프 당선인은 로건 폴 등 다른 유튜버들의 방송에도 출연하는 등 매노스피어에서 영향력이 잇는 인플루언서들과 만남을 늘려갔고, 이들은 전폭적 지지 의사를 보였다.
매노스피어는 보통 페미니즘에 반감을 가지고 남성성과 관련된 주제에 관심을 둔 온라인 커뮤니티를 아우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범위를 특정하긴 어렵다. 다양한 주제가 언급되는 포괄적인 세계로, "일부는 장난스럽고 일부는 사악하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들을 관통하는 세계관이 "''형제들의 세계'(브로덤·Bro-dom)라는 모호한 개념"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과거의 선정적인 TV쇼나 남성 잡지 등 현재 주류 미디어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감성을 공유한다. 또한 암호화폐와 에너지음료, 종합격투기 단체 UFC,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에 애정을 드러내며 관심을 갖는다. 트럼프 당선인의 열성 지지자인 블레이크 마넬(60)은 매노스피어에 대해 "기존의 정통 미디어가 외면하거나 간과한 토양에서 자라난 유기체"라고 해석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