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레이더·미사일 공급에 흔들리는 FA-50 수출…"레이더 국산화 필요" [김동현의 K웨폰]

입력 2024-11-11 06:48
수정 2024-11-11 16:43
※ ‘김동현의 K웨폰’은 한국경제신문 정치부 김동현 기자가 매주 토요일 한경닷컴 사이트에 게재하는 ‘회원 전용’ 방위산업 전문 콘텐츠입니다. 한경닷컴 회원으로 가입하시면 남들보다 앞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폴란드가 한국으로부터 구매한 FA-50의 추가 공급계약이 늦어지면서 현지에서 불만 세력들이 등장하고 있다. 미국산 레이더 및 무장 장착이 지연되고 있어 폴란드 공군 요구 사안을 반영한 FA-50PL(폴란드형) 버전 36대 적기 납품이 어렵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향후 수출형 경공경기 판매를 위해 미국산 대신 국산 'AESA 레이더'의 개발과 장착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AESA 레이다는 공중·지상·해상 등의 다중 표적을 탐지 및 추적하고, 동시 교전할 수 있는 첨단 레이다다. 다만 국산 레이더 개발 중인 국내업체 간의 중복 투자 조짐도 있어, 정부의 조율이 필요하는 평가다.

" FA-50PL 공급, 美 승인에 달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폴란드 군사매체인 디펜스24 등 폴란드 기자단을 지난달 말 경남 사천 공장에 초대했다. 최근 폴란드 내에서 FA-50 경공격기 구매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KAI 측서 직접 해명에 나선 자리로 평가된다. 폴란드는 작년 말 FA-50GF(갭필러) 12대를 KAI로부터 공급받았고, FA-50PL(폴란드형) 36대의 추가 공급도 내년부터 진행되도록 계획돼 있다.

FA-50PL에 탑재 예정인 미국산 레이더의 국내 반입이 아직 되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해 KAI 측은 "첫 (레이더) 장비는 2025년 상반기에 사천 시설로 도착할 예정이며, 이후 즉시 탑재해 시험 비행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FA-50PL에는 미국 레이시온이 개발한 AESA 레이더 '팬텀스트라이크'가 탑재된다. 디펜스24에 따르면 사천공장에 있는 FA-50PL의 시제품은 팬텀스트라이크 레이더 탑재를 위해 동체의 앞부분이 이미 개조돼 있는 상태다.



레이시온의 팬텀스트라이크 레이더와 폴란드군이 원하고 있는 미국산 공대공 미사일(AIM-120 AMRAAM)의 통합 관련해 KAI 측은 "현재 타당성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 정부는 FA-50 경공격기와 AIM-120의 통합에 대한 승인을 내지 않았고, 이를 위해 별도의 계약이 필요한 상태다. KAI 측은 "유럽 MBDA사가 제작하는 미티어 공대공 미사일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한국은 (미티어) 미사일을 KF-21 '보라매'에 통합한 경험이 있어 FA-50에 기술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은 한국형전투기 KF-21의 무장 통합 제안에도 국산 AESA 레이더 등을 문제삼아 거부한 바 있다. KF-21의 공대공 미사일을 영국 MBDA의 ‘미티어’와 독일제 ‘IRIS-T’로 결정한 배경이다.

결국 KAI는 폴란드 측에 미국산 레이더와 미국산 공대공 미사일을 통합하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면, 유럽산 미티어 미사일을 대신 통합할 수 있다고 제안한 셈이다. 국내 방산업계 관계자는 "FA-50PL의 레이더가 미국산이다 보니 폴란드가 원하는 시기에 공급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리스크에 직면한 셈"이라고 했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설사 FA-50PL에 유럽산 미티어 미사일 도입으로 바뀌더라도, 미티어의 사거리가 레이더 탐지범위보다 길어 일종의 '오버스펙' 무기가 된다"고 꼬집었다. LIG, 레이더 '체계적합성 검증' 신청…개발비 받을까이에 따라 KAI가 차기 수출용으로 개발하는 FA-50 '블록-20'에는 국산 AESA 레이더가 장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우리 군이 쓰고있는 FA-50은 기계식 레이더여서 AESA 레이더와 같이 다수표적 동시 탐지·추적 능력, 공중·지상 표적 등이 부족한 편이다. FA-50 블록-20이 AESA 레이더를 장착하면, 기존 기계식 레이더일 때보다 전투력이 3~4배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국내에서 국산 AESA 레이더 개발에 출사표를 낸 업체는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이다. LIG넥스원은 2021년부터 FA-50용 공랭식 AESA 레이다 개발에 착수했다. 이후 지난해 5월 FA-50용 AESA 레이다인 'ESR-500A'가 첫 선을 보였다. ESR은 'E스캔 레이더'의 약자고, 500개의 송수신 채널이 배열된 레이더란 의미가 있다. 공랭식 AESA 레이더는 냉각수를 공급하는 열교환 장치와 냉각수 공급장치, 냉각수 순환장치 등이 필요없어 레이더의 소형·경량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ESR-500A 레이더를 실제 FA-50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전투기 탑재 비행시험, 공대공 무장 연동시험 등이 포함된 '체계적합성 검증'이 필요하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전투기 탑재 레이더 개발 절차는 레이더 시제품을 만든 뒤, 체계적합성 검증으로 성능을 검증하게 된다. 이를 위해 LIG넥스원은 이미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주관하는 '무기체계 개조개발 지원사업'을 통해 자사의 레이더 체계적합성 검증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업은 방산수출 촉진을 위해 연구개발 중이거나 개발이 끝난 무기체계(구성품)의 수출용 개조를 위한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정부사업이다. 사업 과제로 선정되면 정부의 개발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KF-21의 AESA 레이더 개발 경험이 있는 한화시스템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한화 측은 지난 6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주관하는 ‘무인편대기용 능동형 위상배열(AESA) 레이다 기술개발’ 과제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한화시스템의 AESA 레이더는 무인편대기용이지만, 개발이 끝나면 그대로 경전투기에도 탑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LIG넥스원의 레이더와 개발 범위가 겹치는 셈이다. 실물이 자세히 공개된 적은 없지만, 레이더의 송수신 처리장치와 전원공급장치가 기존의 KF-21 AESA 레이더보다 작아졌고 송수신은 512개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LIG가 제안한 사업과제는 레이더 체계적합성 검증은 레이더 시제품 개발 업무의 상당부분을 포함하고 있어 부당하다"며 "KF-21 AESA 레이더의 사이즈만 줄여서 개발하면 되는데, 특정업체를 위한 중복투자"라고 주장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