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시장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연말 성수기에도 대형 스타를 앞세운 무대들로 막판 스퍼트를 낼 전망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데이터를 기준으로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공연 티켓판매액(대중음악·뮤지컬·연극·국악·클래식·무용 등 총 9개 장르)은 전년 동기 대비 24.9% 증가한 약 6288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도 기세를 이어받아 약 3795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514억원 증가했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장르는 단연 뮤지컬과 대중음악이다. 상위 20개 공연에는 스테디셀러 뮤지컬 '시카고'를 비롯해 올해 10주년을 맞은 '프랑켄슈타인', '킹키부츠', 15주년이었던 '영웅' 등이 이름을 올렸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10만여 관객을 동원한 아이유, 여름 대표 브랜드 공연 '흠뻑쇼'를 연 싸이, 스트레이 키즈, god, 데이식스, 제로베이스원, 더보이즈 등도 활약했다.
지난해 공연 시장은 티켓 판매액 1조2697억원으로 역대급 기록을 썼다. 올해는 상반기와 3분기 모두 지난해보다 좋은 성적이 나와 이미 1조원을 넘어섰다. 공연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4분기는 통상적으로 연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 때문에 올해 역시 성장세를 기대해볼 만하다.
연말에도 대형 공연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콘서트 장르에서는 '영원한 오빠'로 불리는 레전드 가수들이 출격한다.
가장 화제를 모으는 건 '가황(歌皇) 나훈아'의 은퇴 공연이다. 현재 하반기 투어를 돌고 있는 나훈아는 연말까지 광주, 대구, 부산 무대에 선다. 이어 내년 1월 10일~12일 1만5000석 규모의 KSPO DOME에서 은퇴식을 치른다. 공연은 전 회차 모두 빠르게 매진됐다.
최근 정규 20집을 발매한 조용필은 오는 23일 KSPO DOME에서 '조용필&위대한 탄생 콘서트' 투어를 시작한다. 서울 이후 대구, 부산 등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지난해 주경기장에서 개최한 공연에서 하루 3만5000명을 동원하며 저력을 발휘한 데 이어 올해도 연말을 팬들과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성시경은 내달 27일~29일, 31일 나흘간 KSPO DOME에서 연말 콘서트를 연다. 360도 원형 무대로 객석을 최대한 넓혔음에도 티켓은 시작과 동시에 전석 매진됐다. 봄 시즌 브랜드 콘서트인 '축가', 선후배들과의 특별 합동 공연에 이어 규모를 더 확장한 연말 콘서트까지 '퍼펙트 매진'에 성공했다.
뮤지컬 무대에도 연말을 앞두고 대작이 줄줄이 개막한다. '10주년' 타이틀과 스타 배우들을 내세워 마니아층 외에 일반 관객의 유입을 이끌었던 이전 분기의 흐름을 이어받아 4분기에도 막강한 티켓 파워를 지닌 '핫스타'들이 대거 무대에 오른다.
최고 기대작은 오는 22일 국내에서 첫선을 보이는 '알라딘'이다. 브로드웨이 초연 10년 만에 국내 관객들과도 만나게 된 '알라딘'은 뮤지컬계 슈퍼스타인 김준수를 알라딘 역에 캐스팅했다. 지니 역에도 탄탄한 인기를 자랑하는 정성화가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자스민 역에 '노래 잘하는 모델'로 유명한 이성경을 내세워 개막 전부터 높은 화제성을 자랑하고 있다.
국내 초연 20주년을 맞는 '지킬 앤 하이드'에는 홍광호가 뜬다. 공연은 1차 티켓 예매를 시작하고 10여분 만에 약 2만6000여 장에 달하는 전 회차, 전석이 모두 팔렸다. 홍광호 회차는 여전히 잔여석을 찾아볼 수가 없다. 2008년부터 총 4번의 시즌을 함께하며 '매진 흥행'을 이끌고 있는 그의 무대에 뮤지컬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오는 29일 개막한다.
'붉은 노을', '옛사랑', '소녀', '깊은 밤을 날아서',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등 이영훈 작곡가의 명곡으로 구성된 주크박스 뮤지컬 '광화문 연가'에는 지난해에 이어 윤도현이 출연, 쩌렁쩌렁한 가창력에 짙은 감성까지 두루 갖춰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겨울에 어울리는 스토리 라인과 연출 덕에 연말까지 큰 사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5년 만에 돌아오는 '시라노'에는 최재림이 새롭게 합류해 기대를 모은다. 뮤지컬계에서 실력파 배우로 잘 알려져 있던 최재림은 '시카고'에서 선보인 복화술이 화제 된 데 이어 '킹키부츠' 속 배역 롤라를 개그맨 이창호가 패러디한 '쥐롤라'가 인기를 얻으며 최근 대중적으로도 '대세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시라노'는 최재림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오는 12월 6일 개막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