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단단히 먹은 파월…"말하기 힘들다" 금리인하에 신중론

입력 2024-11-08 16:45
수정 2024-11-08 16:55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린 7일(현재시간) 여느 때보다도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시장의 관심은 이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Fed의 향후 통화정책 행보에 쏠렸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앞으로 Fed의 통화정책이 시장 예상보다 긴축적일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하지 않았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12월 기준금리 동결 결정 가능성도 행사할 수 있는 통화정책의 범위 안에 뒀다. 그는 통화정책 스탠스가 중립 수준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면서 “데이터를 보며 12월에 결정해야 할 사항이 있으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지도 않겠지만, 확정한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 기준금리를 1%포인트 낮추는 게 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해 “오늘 말하기 힘들다”고 답변을 피했다.

FOMC는 점도표대로라면 12월에 0.25%포인트 인하, 내년 1%포인트를 인하해야 하지만 시장에선 이같은 과정이 이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12월에 금리 인하를 결정한다 해도 내년 이후가 더욱더 문제다. 미국 경제가 여전히 강한 모습을 보이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임기를 시작하면 인플레이션이 심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 때문이다. 노무라홀딩스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부과 및 감세안 공약이 실행될 경우 내년도 미국 인플레이션이 0.75%포인트 상승할 것이란 예측을 하기도 했다.

파월 의장은 다만 이번 대통령 선거 향후 통화정책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묻자 “단기적으로 선거는 정책 결정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파월 의장은 “그런 정책들이 고용 극대화와 물가 안정이라는 우리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느 정도 중요한지 알지 못한다”며 “우리는 추측하지도, 예측하지도, 가정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현재 미국 경제가 견조하다는 점도 계속해서 강조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강한 성장, 튼튼한 노동 시장, 그리고 둔화하는 인플레이션을 바탕으로 상당히 잘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지평선에 먹구름이 있다면 무엇에 주목하고 있냐”는 질문에 “분명히 전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평선에 떠올랐지만, 미국 경제에 미친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답했다.
그는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과 폴 볼커 전 Fed 의장이 과거 재정 적자가 경제·금융 안정성을 위협한다고 생각될 때 강하게 목소리를 낸 것처럼 (의견을 피력할) 의사가 있는지 묻자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 정책이 지속 불가능한 경로에 있다”고 말했다. 또 “이 문제는 궁극적으로 경제에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