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통령 선거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굵직한 해외 이벤트가 모두 끝난 가운데 코스피지수 향배에 대한 전문가의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불확실성이 축소돼 코스피가 반등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낮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도 호재로 꼽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해 전기차, 2차전지 등 피해 업종의 낙폭이 커 약세장이 펼쳐질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10일 NH투자증권은 이번주(11~15일) 코스피 예상 범위를 2500~2600으로 제시했다. 보고서 발표 전인 지난 7일 코스피가 2564.63에 마감한 점을 감안하면 상승보단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 셈이다. 이 증권사는 이번주 코스피 하락 요인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대외정책 리스크', '미국 고금리 환경'을 꼽았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고, 상·하원에서 공화당이 모두 과반을 확보해 트럼프 당선인 공약의 현실화 가능성이 커졌다"며 "미국 수입품에 10% 보편 관세 부과, 엔화 약세로 인한 일본 금리 인상·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부담 요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전기차·2차전지 등 미국 정책 변화에 따른 영향이 큰 주식과 미국 기업과 경쟁 관계에 있고 제품 가격 변화에 따라 수요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수출주는 '트럼프 리스크'에 크게 노출돼 있다"고 설명했다.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무역 적자를 해소하고 미국 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취지다. 이 때문에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수출주는 피해를 볼 수 있다.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나 보호무역 등 공약으로 미뤄 우리나라 통상이나 수출에 부정적 요인이 좀 더 커 보인다"고 밝혔다.
수출주의 부진은 국내 증시의 부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재집권 후 보호무역주의가 강화해 한국의 주력 수출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약화할 것"이라며 "수혜 업종보다 피해 업종의 하락폭이 부각돼 차주 국내 증시는 하락장을 맞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하되는 등 고금리 시대가 끝나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11월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4.75~5%에서 연 4.5~4.75%로 낮췄다. 지난 9월 빅컷(기준금리 한 번에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한 데 이어 연속으로 통화정책 완화 결정을 내렸다. 특히 2회 연속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2020년 이후 처음이다.
이에 대해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11월 FOMC를 거치며 금융시장 정상화에 속도가 붙었다"며 "Fed는 정치적 변화로 인한 통화정책 기조 변경이 없을 것이라고 명확히 밝혀 트럼프 정책 관련 불안심리가 제어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는 15일 중국 소매판매 지표가 발표되는데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금이 내수 지표 개선으로 연결되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경기부양 정책이 실질경기 회복으로 이어진다면 중국 소비재 업종을 중심으로 기대심리가 국내 증시에 유입될 수 있다"고 봤다.
코스피 상장사가 실적 대비 저평가된 점도 호재로 꼽았다. 이 연구원은 "코스피는 8월 이후 글로벌 증시 대비 부진했고,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8.7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11월 수급 계절성, 채권금리·달러 안정세에 따른 외국인 자금이 유입돼 코스피의 탄력적인 반등을 예상한다. 그간 낙폭이 과했던 반도체, 2차전지, 인터넷 업종이 코스피 2600선 돌파를 주도할 전망"이라고 관측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