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취임 전부터 사용한 개인 휴대폰 번호를 바꾸기로 했다. 비공식 사적 통화를 줄여 명태균 씨 논란 같은 사태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윤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저도, 제 처도 취임 후 휴대폰을 바꿨어야 했다”며 “문제의 원인은 제게 있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이달 예정된 윤 대통령의 외교 순방에 동행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상 올해 공개 활동을 중단하는 셈이다. 대통령실이 ‘김 여사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후속 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까지 김 여사 활동 중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의 다음 순방에 동행하지 않기로 했다”며 “어제 대통령 담화 및 기자회견의 후속 조치”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 활동에 대해 “외교 관례와 국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저와 참모진이 판단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중단했고, 앞으로도 그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 활동 중에서도 주요국 국빈방문 등을 제외한 다자외교 무대에는 참석을 최소화하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김 여사는 연말까지 국내 활동도 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중도층뿐 아니라 핵심 지지층에서도 김 여사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했는데 윤 대통령이 이를 전향적으로 수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여사의 공식 활동을 보좌할 제2부속실에는 집무실을 두지 않기로 했다. 김 여사가 대통령실에 상시 출근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부부의 휴대폰과 번호를 교체하는 것뿐 아니라 사적 통화라도 부속실을 거쳐 통화하는 등 소통 방식을 바꿀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취임 후에도 개인 휴대폰을 계속 사용해온 것에 대해 “리스크도 있지만 (생생한 여론 청취 등) 장점도 있다고 판단했다”며 “앞으로는 리스크를 줄여나가고 국민이 걱정하고 속상해하는 일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침묵 깬 韓 “尹 약속, 속도감 있게 실천”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대통령께서 어제 현 상황에 대해 사과하고 인적 쇄신, 김 여사 활동 중단, 특별감찰관의 조건 없는 임명에 대해 국민에게 약속하셨다”며 “이제 중요한 것은 민심에 맞는 수준으로 구체적으로 속도감 있게 실천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당에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전날 침묵한 한 대표가 이날 입장을 낸 건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의 소지를 줄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 중진 의원은 “한 대표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도 많겠지만, 전통적 지지층 중 대통령의 사과가 진솔했다고 보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또다시 각을 세우는 건 정치적으로도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19%)보다 2%포인트 낮은 17%를 기록했다. 취임 후 최저치다. 갤럽은 “조사 기간 사흘 중 마지막 날인 7일 오전 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기자회견을 했는데 그 반향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변화와 쇄신을 시작했고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생각”이라며 “국민의 신뢰와 신임을 얻도록 치열하게 노력하겠다”고 했다.
양길성/정소람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