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조5000억원. 올해 3분기 네이버에서 이뤄진 쇼핑 거래 규모다. 네이버 창립 이후 최대 기록이다. 네이버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앞세운 전용 앱을 통해 쇼핑 사업을 더 키우기로 했다. 국내 경쟁사인 쿠팡과 중국 저가 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에 맞설 키워드가 ‘AI’라고 판단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본업인 ‘검색’은 물론이고 부동산, 지도 등 세부 서비스에 AI를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내년 신사업 보따리 푼다
네이버는 3분기 매출 2조7156억원, 영업이익 5253억원을 올렸다고 8일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11.1%, 영업이익은 38.2% 증가했다. 매출은 두 분기 연속, 영업이익은 여섯 분기 연속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영업이익률도 전년 동기보다 3.8%포인트 개선된 19.3%를 기록했다.
이대로면 네이버는 올해 처음으로 연매출 10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7조852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 많다.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을 32.7% 웃돌았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사진)는 이날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내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며 사업 전략을 제시했다. 내년에는 AI 쇼핑앱뿐 아니라 모바일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도 출시한다. 최 대표는 “최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용자 의도를 이해해 검색 결과를 요약해 주는 ‘AI 브리핑’ 기능을 모바일 통합 검색으로 확장할 것”이라며 “이미지, 음성까지 검색할 수 있는 멀티모달 기능의 사내 테스트를 완료하는 등 계속 진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9월부터 ‘하이퍼클로바X’ 기반의 생성 AI 검색 서비스 ‘큐:’를 PC 버전으로 제공하고 있다. 그는 “생성 AI 기반 검색 서비스가 학습 데이터를 답하는 방식에서 웹상 최신 데이터를 활용해 답변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모바일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출처의 데이터를 요약해 주는 AI 브리핑 기능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지도, 부동산 등 다른 서비스에도 AI를 접목하기로 했다. 최 대표는 “AI와 데이터 기반으로 검색을 강화하고 이용자 관심사에 맞는 초개인화 서비스를 확대하며 플랫폼 고도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플레이스, 지도, 부동산, 디지털 트윈 등에 생성 AI를 적용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검색 광고 끌고 쇼핑 밀고네이버는 올해 3분기 모든 사업 부문이 고르게 성장했다. 부문별 매출은 △서치(검색) 플랫폼 9977억원 △커머스(쇼핑) 7254억원 △콘텐츠 4628억원 △핀테크 3851억원 △클라우드 1446억원 순이다.
네이버 사업의 ‘대들보’인 서치 플랫폼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1% 증가했다. 이 회사 서치 플랫폼이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회복한 것은 열 분기 만이다. 커머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늘었다. 멤버십 혜택 강화, 배송 품질 개선 등으로 거래금액을 키우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콘텐츠, 핀테크 매출도 전년 동기보다 각 6.4%, 13% 불어났다. 클라우드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7% 증가했다. 올해 3분기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와의 디지털 트윈 사업 매출이 반영됐다.
유튜브 대항마인 숏폼(짧은 영상) 서비스 ‘클립’도 선전했다. 최 대표는 “트래픽이 굉장히 빠르게 늘고 있다”며 “모바일 메인 하루 평균 체류 시간은 전년 동기 대비 10% 늘었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