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 보장한다"며 '먹튀'…가상자산 사기 주의보 [김형수의 서민 울리는 범죄들]

입력 2024-11-12 07:00
수정 2024-11-12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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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대검찰청은 '서민다중피해범죄 대응 태스크포스(TF)팀'을 전격 출범했습니다. 서민에게 광범위한 피해를 양산하는 재산범죄, 민생침해사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였습니다.

2017년 무렵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여러 가지 가상자산이 투자 대상으로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암호화폐 투기 열풍이 불면서 가상자산 투자를 빙자한 다단계 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렸습니다. 수만 명의 피해자는 물론 피해액도 수조 원에 이르는 등 신종 유사 수신과 사기 범죄가 급증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가상화폐를 빙자한 유사 수신 신고·상담 건수는 2016년 53건에서 2017년 453건으로 뛰었습니다.

당시에는 다른 범죄보다도 가상자산과 관련한 서민 피해가 가장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습니다.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와 피해자 보호가 절실했습니다. 그렇게 대검찰청에 TF팀이 만들어지고, 일선 검찰청 수사에 대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암호화폐 사기는 느는데... 법은 無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이 주식 등 전통적인 금융투자상품 거래를 규제·감독한 것과 달리,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규제나 감독을 위한 관련 법률은 없었습니다. 가상자산은 블록체인이나 암호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거래가 이뤄집니다. 중앙은행이나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고 개인 간 거래가 자유로워 익명성이 보장되는 디지털 자산입니다.

신기술은 육성·장려해야 하지만, 디지털 자산의 개인 간 거래가 활발하고 재화로서 가치가 인정되면 권리 보호와 금융 당국의 관리 감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2017년 우리나라는 가상자산에 대한 과열된 투기 열풍에 편승한 불법행위가 기승을 부리던 상황이었습니다. 정부는 암호화폐에 대한 자산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가상자산 관련 거래를 금지하거나 암호화폐거래소 폐쇄 특별법 제정을 건의하는 등 강경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물론 지금이야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정금융정보법)로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관리·감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2024년 7월 19일부터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됐고, 가상자산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하는 동시에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해 이용자의 권익 보호가 가능해졌습니다. 가상자산 거래에 따른 소득세, 상속·증여세 등도 부과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당시 정부의 입장은 암호화폐 시장 대응에 분명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2019년 대검찰청은 TF팀을 꾸렸습니다. 일선의 암호화폐 다단계 사기 사건 수사를 지휘·지원하면서, 기존의 법률 체계하에 범죄자를 엄벌할 수 있는 방안과 피해자들의 피해를 복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많은 고민을 거듭했습니다."수당 주겠다" 끌어모아 시세조종·인출 제한사실 우리나라에서 다단계 사기 범죄에 제시된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이나 암호화 기능이 없는 이른바 '가짜 코인'입니다. 가상자산 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오로지 피해자들을 그럴듯하게 유인하는 투자 테마일 뿐입니다.

범죄자들은 이러한 가짜 코인을 테마로 투자하면 원금이 보장되고, 코인 가격이 오르면 원금의 수십~수백 배를 벌 수 있다며 유혹합니다. 다른 투자자를 추가로 모집해 주면 수당을 지급하겠다는 식으로 투자자를 속입니다. 거래소와 짜고 통정매매 등 방법으로 인위적으로 암호화폐 가격을 조종하고, 여러 하위 투자자는 코인 지갑에서 현금으로 인출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주모자들만 투자자들의 돈을 가로채는 게 이들의 전형적인 범죄 수법입니다.

당시 검찰은 다단계 상위 주모자들이나 거래소 관계자들을 사기나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만 처벌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처벌기준을 높여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2019년 8월 개정된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에 맞춰 범죄 피해 재산을 범인으로부터 몰수·추징해 피해자들에게 환부하는 절차에 집중했습니다.

2024년도 피해자는 여전... 보상도 난항2017년, 2019년 그리고 올해에 이르기까지 수사기관과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규제·감독과 철저한 처벌 및 피해자 보호를 천명하고 여러 관련 법령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필자가 대검찰청 서민다중피해범죄 대응 TF 팀장으로 있던 때나 검사직을 그만두고 변호사로 활동하는 지금이나 여전히 가상자산 투자를 빙자한 다단계 사기 피해자들이 양산되고 이들을 대리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습니다.

범죄 피해재산에 대한 피해자 환부 규정이 마련되긴 했지만, 범인으로부터 몰수·추징한 자금은 적은 데 반해 피해자는 다수입니다. 법원으로부터 은닉재산 동결처분 결정을 받고 피해자별로 피해액을 확정해 분배하는 절차 진행도 쉽지 않아 금전적 피해 보상은 요원합니다.

가짜 코인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 광풍에 휩쓸리면 평생 마련한 자금을 잃고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피해자로 전락하지 않도록 투자 전에 반드시 법률 전문가 등과 유의 사항을 점검해보는 심사숙고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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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법무법인 남산 변호사ㅣ 성균관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상사법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제40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제30기 사법연수원을 마쳤다. 검사로 임관해 법무부,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2019년 대검찰청 '서민다중피해범죄 대응 TF' 초대 팀장을 역임했다. 2024년 6월 부산지검 동부지청장을 마지막으로 22년간의 검사 생활을 마치고 법무법인 남산에 합류했다. 기업 자문과 더불어 지식재산권, 식품·의약, 건설·부동산, 가상자산 등 관련 형사사건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