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를 풀려면 그만큼 공공성이 중요하다. 분양은 줄이고 미래세대를 위한 신혼부부 주택으로 공급하자."
서울시가 서초 서리풀 공공주택지구에 조성될 총 2만 가구 중 1만1000가구를 장기전세주택인 ‘미리 내 집’으로 공급하기로 한 데는 오세훈 시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그린벨트를 푸는 데 있어서 '저출생 극복'이란 시대적 과제가 필요한 것으로 봤다는 설명이다. 미리 내 집은 신혼부부가 새 아파트에서 주변 전세가의 60~80%로 최장 20년간 살 수 있는 '오세훈표 장기전세주택'이다.
오 시장은 지난 6일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합동 브리핑에서 “신혼부부 선호도가 높은 서초 서리풀지구에서 1만1000가구를 ‘미리 내 집’으로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발표가 주택 공급 자체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오 시장은 저출생 대응을 중시한다는 게 서울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당초 오 시장은 그린벨트 해제에 보수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실제로 처음 제시된 그린벨트 해제 면적은 30만㎡로, 서울시가 풀 수 있는 최대한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이를 대폭 줄이는 대신 신혼부부가 가장 선호하는 장소를 선별해 풀기로 했다.
오 시장은 최근 출생아 수 반등에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며 고무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10월 서울 출생아 수는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했다. 전국 평균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서울 출생아 수가 5개월 연속 증가한 건 12년 만이다. 공교롭게도 지난 5월 서울시가 ‘저출생 대응 신혼부부 주택 확대 방안’으로 미리 내 집을 발표한 이후 반등했다.
7월 올림픽파크포레온에서 공급한 미리 내 집 300가구는 5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오 시장은 브리핑에서도 “어렵게 살린 불씨를 더 키울 수 있도록 미래 세대를 위한 주거를 우선 공급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서울시는 서리풀지구에 해제 면적을 줄이되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을 중심으로 밀도 있게 개발하는 청사진을 내놨다. 전체 용적률은 200% 내외로 잡아 가구 수를 계획했다. 그러면서 그린벨트 해제지역에 용적률 최대치(250%)까지도 허용하기로 했다.
인근 신원동 원지동 일대 입주민이 쉽게 직장을 오갈 수 있도록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과 판교역 중간 지점에 신설 역사를 설치하는 안도 제시했다.
박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