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아내 대외활동, 국민 싫다면 안해야…특검은 정치선동"

입력 2024-11-07 17:57
수정 2024-11-08 00:47

윤석열 대통령은 7일 대국민 담화·기자회견에서 사과의 말을 먼저 꺼냈다. “대통령은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다”며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90도로 머리를 숙였다. 윤 대통령이 고개 숙여 사과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김건희 여사의 대외 활동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싫다고 하면 안 해야 한다”고 했다. 오는 10일 임기 반환점(2년6개월)을 앞두고 정권 최대 악재로 꼽히는 김 여사 문제와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등 논란을 불식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국정 홍보 대신 ‘불찰’ ‘사과’ 표현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 대국민 담화에서 “저의 노력과는 별개로 국민들께 걱정을 끼쳐드린 일도 많았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시작한 일들이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드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 주변의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염려를 드리기도 했다” “고칠 부분은 고치겠다” “국민을 섬기는 마음으로 쇄신의 쇄신을 기해 나가겠다”는 말도 했다.

담화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선 김 여사 문제에 관해 ‘문제’ ‘잘못’이라는 표현을 쓰며 낮은 자세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활동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매사에 더 신중하게 처신해야 하는데 이렇게 국민들한테 걱정을 끼쳐드린 것은 무조건 잘못”이라고 했다. 김 여사가 개인 전화로 특정 인사와 사적 소통을 이어간 것에는 “저도, 제 처도 취임 후 휴대폰을 바꿨어야 한다”며 “이런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근본으로 들어가면 저에게 있다”고 했다.

김 여사의 대외 활동을 두고는 “외교 관례와 국익상 반드시 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중단해 왔고 앞으로도 이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결국 국민들이 좋아하시면 하고 국민들이 싫다고 하면 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이달 해외 순방에 동행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 여사 일정 등을 총괄할 제2부속실장에 장순칠 시민사회2비서관을 임명했다. 윤 대통령은 “(제2부속실 설치로) 리스크가 상당히 줄어들지 않겠냐”고 했다. ○“김 여사 특검법, 사법 작용 아냐”다만 김 여사의 국정 개입 의혹에는 적극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부인은 대통령과 함께 선거도 치르고 대통령을 도와야 하는 입장”이라며 “예를 들어 대통령이 참모를 야단치면 (부인이) ‘당신이 부드럽게 하라’고 하는 것을 국정 관여라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야당이 추진 중인 김 여사 특검법에도 “사법 작용이 아니라 정치 선동”이라며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특검을 국회가 결정해 임명하고 방대한 수사팀을 꾸리는 나라는 없다”며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삼권분립 체계에 위반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특검법 반대)은 아내에 대한 사랑과 변호 차원의 문제가 절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담화에 15분을 할애했다. 지난 5월과 8월 기자회견 때 각각 21분과 41분을 쓴 것에 비해 대폭 줄였다.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보다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을 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분량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기자회견에선 125분에 걸쳐 26개 질문에 답했다. 정권 출범 이후 최장 기자회견이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