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칼럼] '누더기 청약' 오명 벗어나야

입력 2024-11-07 17:50
수정 2024-11-08 00:09
로또 청약, 금수저 특공, 4050 역차별…. 주택 청약 제도와 관련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툭하면 땜질에 나선다고 해서 ‘누더기’란 오명까지 붙었다. 청약 제도의 근간이 되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은 1978년 제정된 이후 지금껏 170차례 개정됐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공공·민간 분양 관련 규칙이 개정된 것만 40차례가 넘는다.

윤석열 정부는 저출생 극복을 위해 청년·신혼부부·출산 가구 등에 당첨 기회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청약 제도를 잇달아 개편했다. 올해 들어서는 신생아 출산 가구 우선공급 비중을 늘렸다. ‘8·8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따른 후속 조치로 무주택으로 인정하는 비(非)아파트 범위를 확대한 개정안(전용면적 85㎡ 이하, 수도권 5억원 이하)도 다음달 시행할 예정이다. 무순위 청약 등 논란 커져최근엔 이른바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또다시 청약 제도를 손질하고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3월부터 거주지와 보유 주택 수를 따지지 않고 국내에 거주하는 성인이라면 무순위 청약이 가능하도록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2022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자 나온 조치였다.

하지만 의도와 다르게 ‘전 국민 로또 청약’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지난 7월 경기 화성시 ‘동탄역 롯데캐슬’ 1가구 무순위 청약에 무려 294만여 명이 몰려 청약홈이 마비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급기야 청약홈을 관리하는 한국부동산원은 최근 비규제지역 가운데 수요자가 몰릴 우려가 있는 분양 단지는 건설사 자체 홈페이지에서 청약을 진행해달라고 요구했다. 최근 한 건설사가 청약홈 대신 자체 홈페이지에서 무순위 청약을 받았다가 ‘깜깜이 분양’ 논란이 일었던 배경이다.

정부는 무순위 청약과 관련해 주택 소유, 해당 지역 거주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대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분양가 20억원이 넘는 서울 강남권 아파트를 일정 소득 이하 신혼부부에게 특별공급으로 상당수 물량을 배정하는 것과 관련해선 ‘금수저 특공’ 논란이 있다. 이른바 ‘부모 찬스’를 쓸 수 있는 사람만 청약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4050세대는 상대적으로 배정 물량이 줄어 역차별을 호소하기도 한다. 복잡한 제도 단순화해야청약 제도가 너무나 복잡하다는 것도 문제다. 전문가도 조항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펴보지 않으면 정확히 알기 어렵다. 국토부가 5월 발간한 ‘주택청약 자주 묻는 질문(FAQ)’은 241쪽에 걸쳐 480개의 질의응답이 담겨 있다. 일반 국민이 모두 숙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다. 복잡한 조건을 확인하지 못하고 청약자가 관련 정보를 잘못 적어 부적격 당첨자가 되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약 제도를 가능한 한 단순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수렴해 공정하고 효율적인 주택 공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대가 변하고, 상황이 바뀌면 제도의 손질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한 해에도 서너 차례씩 바뀌는 제도를 국민이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참에 청약 제도 전반을 손질해 더 이상 누더기라는 오명은 벗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