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그룹 경영권 분쟁은 늦어도 2026년 3월에는 끝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분쟁 상황을 빠르게 종식시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7일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미그룹의 중장기 전략과 함께 경영권 확보 계획을 밝혔다.
임 대표가 경영권 분쟁을 끝낼 수 있다고 확신하는 이유는 내년 3월을 기점으로 한미사이언스 사외이사 3명(신유철·김용덕·곽태선)의 임기가 만료돼서다. 세 인물은 3자 연합(신동국 회장·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측 인물로 평가된다. 임기 만료 후 신규 이사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인물로 선임해 승기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현재의 지분구조상 3자 연합이 신규 이사 선임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3자 연합이 확보한 지분은 우호지분을 더해 48.19%, 임종윤·종훈 형제 측의 지분은 29.07%로 알려졌다. 임 대표는 일명 '3% 규칙'에 따라 자신들이 원하는 사내이사를 충분히 선임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3% 규칙은 상장사의 감사 및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주요 주주가 의결권이 있는 발행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한 규정을 말한다.
임 대표는 "신 회장이 18%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도 3%만 행사할 수 있어 소액주주들과 일반 기관 투자자들의 신임을 얻는다면 충분히 추천 인사를 선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미사이언스의 이사회를 장악한 뒤에는 한미약품의 이사회를 형제 측 우호인사로 채워 경영권을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 임 대표는 "2026년 3월 기존 이사진이 대거 퇴직한다"며 "지분 41.4%를 보유한 한미사이언스에서 추천하는 인사가 손쉽게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때 박재현·박명희 사내이사, 윤도흠·김태윤·윤영각 사외이사 등의 임기가 만료된다.
임종훈 대표는 만약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이사회 개최 없이도 한미약품 경영진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내달 19일 임시 주총에서 박재현 사내이사와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를 해임하는 안건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김영호 한미사이언스 경영지원 상무는 "법무법인 자문을 통해 지주사가 이사회 개최 없이 계열사 정관을 변경한 사례가 다수 있어 가능하다는 자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재현 대표는 지난 8월 인터뷰를 통해 "법무법인을 통해 지주사라도 별도 법인격을 가진 자회사 소속 임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권리는 없다는 답을 받았다"고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임 대표는 인수합병(M&A) 등을 위해 약 8150억원을 투자해 2028년까지 한미그룹을 매출 2조3267억원 매출을 내도록 키우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외부투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 대표는 "다수의 재무적 투자자(FI), 전략적 투자자(SI)와 비밀유지협약(NDA)을 맺고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에 내야 할 상속세 문제는 해결했다"고 덧붙였다.
임 대표는 "신동국 회장에게 주식을 매각하는 것과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투자자에게 일부 지분을 매각하는 것 중 어떤 게 기업 가치를 높이는데 더 도움이 될지 주주들이 냉철하게 판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자 연합은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3자 연합은 "8000억원 대규모 자금 조달 방식에 대해 아무런 답을 하지 못했다"며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 만이 한미그룹이 나아갈 방향임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