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이 기관투자자 등 시장관계자가 포진한 여의도를 찾아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대한 의견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이 2조5000억원 규모 유증에 제동을 건 가운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유동성 마련에 나선 상태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을 받은 지난 6일 전후로 여의도를 방문해 기관투자가 및 연기금 등 주주, 이해 관계자들과 접촉하고 나섰다.
시장관계자들은 고려아연 측에 "주주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고려아연의 소통 미비를 지적하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장 관계자는 "유상증자의 일반공모 시기와 목적 등에 대해 많은 투자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상황"이라며 고려아연의 소통 과정이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총 2조5000억원 규모의 신주 발행을 결의했다. 신주 373만2650주 중 약 20%인 74만6530주를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하고 나머지 80%를 일반공모한다는 계획이다. 고려아연 측은 "급감한 유통물량에 따른 급격한 주가 변동성을 해소하고, 주주 구성을 다양화해 지금의 분쟁 구도를 벗어나 국민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상증자 공시 직후 주가가 하한가로 곤두박질치는 등 증시 충격과 신고서 기재 관련 문제점 등 지적들이 이어지면서 고려아연은 주주와 시장, 당국의 비판에 직면했다. 앞서 공개매수 진행 시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밝힌 후 7일 만에 재무 구조 개선을 사유로 증자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 우군으로 분류되는 기업의 지분도 이번 유상증자로 대거 희석되고 가치가 급락하게 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려아연은 시장관계자들로부터 구체적인 입장을 듣고 앞으로 방향에 대해 소통하기 위해 여의도를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금감원의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고려아연의 선택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30일 제출된 고려아연 증권신고서가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 등에 해당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의 유상증자는 효력이 정지됐다. 금감원은 공개매수 직후 일반공모를 추진하게 된 배경과 의사결정 과정, 주관사의 기업실사 경과 등에 대해 상세한 설명 등을 주문했다. 고려아연이 3개월 내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유상증자 계획을 자진 철회한 것으로 간주한다.
시장에서는 고려아연 일반공모 유상증자가 제동이 걸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한편 일각에선 예상보다 수위가 낮다는 평가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시장 및 이해관계자들을 만나 정정요구에 대한 향후 추진 방향의 키를 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면서도 "어떤 방향이건 결정 이후 영향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만큼 결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공개매수로 발생한 차입금 상환을 위해 현금 마련에 나섰다. 우선 고려아연은 보유 중이던 ㈜한화 지분 7.25%를 한화에너지에 1520억원에 넘겼다. 또한 호주 자회사 아크에너지에 빌려준 자금 3900억원도 조기에 상환받기로 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