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거면 뭐하러 했나"…야권, 尹대통령 담화에 혹평

입력 2024-11-07 14:32
수정 2024-11-07 14:33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진행한 것과 관련, 야권은 '이럴 거면 뭐 하러 담화를 했느냐'는 취지의 악평을 쏟아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내용을 자세히 못 봐 입장을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전해지는 얘기를 들어보면 국민이 동의할 내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혹시나 했지만 역시다. 불구덩이에 기름을 부었다"며 "국민의 분노, 상황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썼다.

박 의원은 특히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입장을 밝힌 대목이나 국회 시정 연설에 불출석한 사유를 설명한 부분을 거론하며 "기가 찬다"며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라 일개 범부로서 김건희 변호사를 보았을 뿐"이라고 비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 특검에 대해 '정치 선동', '인권 유린'이라며 반대의 입장을 명확하게 밝혔다. 그는 최근 국회 시정연설에 불참한 데 대해선 "대통령이 (국회에) 가서 난장판이 되는 모습을 국민한테 보여주는 게 국회에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야당의 피켓 시위 등을 언급하며 "국회에 오지 말라는 얘기다. 그래서 안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V0 김건희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V1의 결사적 노력을 봤다"며 "윤석열은 사실 인정도, 진솔한 반성도 하지 않고 되레 국민을 꾸짖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자리에 더 앉아 있을 자격이 없다"며 "끌어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회담의 내용뿐 아니라 윤 대통령이 앉아서 담화를 진행한 형식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또 하나의 '최초'를 기록했다"며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자리에 앉아서 연설하는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이 최초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역대 대통령 가운데 이렇게 앉아서 '사과 기자회견'을 하는 대통령이 또 있었는지, 제보받는다"고 비꼬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건희 여사 관련 문제로 여론이 악화하자, 순방 이후에 진행하려던 일정을 당겨 회담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담화문 낭독에 이어 질의응답까지 약 2시간 20분 동안 회견을 진행하며 주제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모든 질문을 받아 답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담화문을 통해 "대통령이라는 것은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다.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다. 국민 여러분께 먼저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연단 옆으로 나와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국민 앞에 허리를 숙여 사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