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세계 경제는 당분간 불확실성에 빠져들게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편관세 등 공약이 현실화하면 글로벌 교역 감소 등으로 세계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가량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6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7일 오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미국 대선 결과가 국내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 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다. 정부는 트럼프 후보의 공약 중 감세에 따른 재정 적자 확대와 관세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미칠 여파 등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경제계가 가장 우려하는 건 보호무역 확대 등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적 기본관세, 중국산 제품에는 6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간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공약이 현실화하면 세계 경제성장률이 내년에 0.8%포인트, 2026년엔 1.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지난 9월 내년도 세계 경제성장률을 올해와 같은 3.2%로 전망했다. 다만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여부를 감안하지 않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공약이 미·중 갈등 등 무역전쟁을 촉발해 ‘물가 상승→ 성장 둔화→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현실화할지 우려하고 있다.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수출 부진과 투자 위축 여파로 성장률이 1.0%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이르면 내년부터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기가 빠르게 둔화할 수 있다”며 “경기가 둔화하면 기업들은 곧바로 투자를 줄이기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초 정부는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2.2%로 제시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추가되면서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 하향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뿐 아니라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내수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트럼프 공약’ 이행에 따라 미국 정부의 재정 적자가 늘어나면 ‘국채 추가 발행→미 국채 금리 인상→달러화 강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원·달러 환율 상승 여파로 수입물가가 치솟아 내수에 더 큰 부담을 지울 수 있다.
정부는 7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이어 8일엔 최 부총리와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하는 거시경제금융회의(F4) 회의를 연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판단에 따라 주요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고,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 안정을 위한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