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같지 않은 '바다의 산삼'…전복값, 2년만에 40% 떨어져

입력 2024-11-06 17:35
수정 2024-11-14 16:18

‘바다의 산삼’으로 불리며 고급 수산물의 대명사로 통하던 전복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생산량이 늘었지만 소비는 오히려 줄어 가격이 2년 새 40% 가까이 떨어졌다. 수산당국과 양식업계는 전복 제철인 가을을 맞아 소비 촉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6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전복 산지가격(㎏당 10마리)은 2022년 10월 평균 3만5710원에서 올해 10월 2만1739원으로 2년간 39.1% 하락했다. 소매가격 역시 크게 낮아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복 중품(5마리)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이달 5일 기준 1만2860원으로 2년 전 대비 23.1% 떨어졌다.

전복은 달팽이와 같은 복족강에 속하는 연체동물의 일종으로 수심 5~50m 깊이 온대 바다 암초 지역에 주로 서식한다. 다시마와 미역 등 갈조류를 먹고 자란다.

예로부터 전복은 임금의 수라상에 오르는 진상품이자 보양식으로 각광받았다. 아르기닌과 타우린이 풍부해 스태미나 증진에 도움이 된다. 아연과 비타민 함량이 높아 면역력 강화, 노화 억제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자연산 전복은 채취가 매우 어려워 대부분 양식장에서 길러진다. 전복 한 마리가 100g까지 자라는 데 2년6개월~3년이 걸린다. 양식업계에서는 전복 양식으로 어민이 수익을 내기 위해선 산지가격이 ㎏당 3만원 이상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전복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는 건 일차적으로 생산량 증대와 관련이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10월 전복 출하량은 2022년 1400t에서 지난해 1727t, 올해 2017t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연간 출하량도 2022년 대비 9.2% 늘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일시적으로 보양식 수요가 증가하자 양식 어가가 전복 생산량을 대폭 늘리면서 공급 과잉 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전복 수요가 줄어든 점도 가격 하락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봤다. 정부와 업계는 전복 가격 하락으로 양식 어가가 어려움을 겪자 소비 촉진에 나섰다. 해수부는 유통업계와 함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할인 행사를 하고 있다. 지난 추석 기간에는 수협과 함께 전복, 전복 가공품(전복장)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민생선물세트’를 내놨다. 전라남도는 지난 8월 예비비 10억원을 긴급 투입해 판촉행사 등 판로 지원 활동을 벌였다.

업계 관계자는 “전복은 한여름부터 가을에 살을 채워 더욱 고소하고 진한 감칠맛을 낸다”며 “지금이 전복 요리를 마음껏 즐길 적기”라고 말했다.

전복 어가는 수출을 통해서도 돌파구를 찾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복 수출 물량은 289t으로 전년 동월 대비 24% 늘었다. 일본 오사카중앙도매시장에서 한국산 활전복 도매가격은 ㎏당 3만4000원가량으로 국내 산지가격 대비 약 1만2000원 높다.

오형주/전설리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