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값 떨어졌다면서요"…선물 세트 사려다 '화들짝'

입력 2024-11-06 17:48
수정 2024-11-06 18:12

올초 ‘금(金)사과’ 논란이 일 정도로 치솟은 사과값이 이달 들어 10개당 2만5000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여름 병해충 피해가 줄어 작년보다 사과 생산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폭염으로 사과 생육은 부진해 ‘고품질 사과’ 가격은 높게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전날 사과(후지·상품) 10개당 소매가격은 2만4873원으로 전년(2만7579원) 대비 9.8% 하락했다. 지난 5일까지 하루평균 가격은 2만4859원으로, 작년 11월 1주차(2만7564원)보다 약 10% 낮았다.

사과는 보통 7~10월에 수확한 물량으로 이듬해 여름 햇사과가 나오기 전까지 시장 수요를 충당한다. 올해는 지난해 작황 부진으로 사과 생산량이 30% 가까이 줄어 1년 내내 가격이 높게 유지됐다. 올 3월엔 사과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88.2% 상승해 전체 물가지수를 끌어올리자 ‘애플레이션’(사과+인플레이션)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사과 가격은 이달부터 안정세를 찾을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올해 사과 생산량은 46만7000~47만3000t으로 작년보다 18.3~19.8%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품질이다. 여름철 폭염으로 사과가 잘 자라지 못해 ‘큰 사과’가 귀해질 전망이다. KREI가 농가를 대상으로 표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생산되는 사과 중 ‘대과’ 비중은 18.6%로 전년(21.2%) 대비 2.6%포인트 낮고 평년(23.3%)과 비교하면 4.7%포인트 낮을 것으로 예측됐다. 착색도 우려된다. KREI는 지난달 일조량이 줄어 사과의 ‘빨간 정도’가 예년보다 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품질 하락으로 사과 축제를 포기하는 지방자치단체도 나오고 있다. 사과 주산지인 충남 예산군은 지난 1~2일 개최할 예정이었던 ‘제21회 예산 황토 사과 축제’를 전격 취소했다.

농가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향후 사과 등급별 가격 괴리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소비자가 아침 식사 대용으로 찾는 작은 사과는 작년보다 가격이 떨어지지만 선물용 사과처럼 크기와 착색이 중요한 제품은 소비자 가격이 체감할 만큼 내려가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KAMIS에 따르면 5일 사과 중품(후지·일반 소비용) 10개당 소매가격은 1만8129원으로 전년(2만1410원) 대비 15.3% 낮아져 상품보다 하락 폭이 컸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