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방송 소음 테러에 접경지 숙박업계 '유탄'

입력 2024-11-06 17:39
수정 2024-11-14 16:23

“예약도 줄어든 마당에 기껏 방문한 손님은 밤늦게까지 이어진 소음에 ‘두 번 다시 오지 않겠다’며 떠납니다.”

인천 강화군에서 야영장을 운영하는 안모씨(60)는 “대남방송 때문에 손님이 끊기다시피 했다”고 하소연했다. 안씨의 야영장은 북한 개풍군 해평리와 직선거리로 3㎞ 떨어져 있다. 자연 속에서 조용한 휴식을 위해 찾은 손님들은 밤늦게까지 이어진 대남방송 소음에 진저리를 내며 이튿날 줄행랑을 놓다시피 한다. 업체들은 국방부에 소음 피해 민원을 제기했지만, ‘해결해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펜션, 캠핑장 대남방송 ‘날벼락’ 북한이 대남방송 수위를 나날이 높이자 강화도와 경기 파주·김포시 등 접경지역에서 펜션, 야영장 등을 운영하는 숙박업체들이 유탄을 맞고 있다. 손님들의 예약 취소가 줄을 잇더니 최근에는 예약 자체가 급감해서다.

6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9~10월 강화군에 접수된 관광 관련 국민신문고 민원은 2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4건)보다 크게 늘었다. 주로 대남방송 소음에 대한 관광지, 숙박업소 등의 불편 민원이었다.

북한은 우리 군이 북한 오물 풍선 도발에 대응해 지난 7월 18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격적으로 재개하자 맞대응 차원에서 대남방송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북한 개풍군과 접한 강화군이 소음 피해가 특히 심각한 지역이다. 방음이 취약한 야영장은 피해가 극심하다. 안씨는 “매출이 작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손님들에게 이어플러그를 제공하며 버티고 있지만 항의받기 일쑤”라고 했다.

김포시와 파주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김포 월곶면의 야영장과 펜션에선 취소, 환불 문의가 줄을 잇는다. 김포시의 야영장 사장 임모씨(53)는 “2박을 예약한 손님들이 1박만 묵고 환불을 요청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경기관광공사에 따르면 파주 평화누리캠핑장 예약 취소 건수는 지난 9월 한 달 동안에만 1372건에 달했다. 공사 관계자는 “대남방송 등 북한과의 긴장감 고조에 따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귀신 곡소리 못 살겠다”주민들은 8월 중순까지만 해도 4~5시간가량이던 대남방송이 점차 늘면서 9월 말부터는 밤낮없이 계속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강화군 주민 김모씨(58)는 “쇠 긁는 소리, 귀신 곡소리, 동물 울음소리 등 온갖 기괴한 소음테러에 미칠 지경”이라고 말했다.

강화군 조사 결과 대남방송 최대 소음은 지하철이나 기차가 지나갈 때 수준인 80dB에 달했다.

접경지역 주민들은 대북단체가 북한 오물 풍선과 대남방송을 촉발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 1일 탈북민 단체 큰샘이 강화도에서 쌀과 달러, 영상콘텐츠를 담은 이동식저장장치(USB) 등을 넣은 페트병을 북한으로 살포하려다가 당국에 제지당하기도 했다. 이완배 파주시 통일촌 이장은 “대북단체는 북한 주민의 인권 때문에 대북 전단을 날린다고 하지만, 피해 보는 민통선 주민의 인권은 없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남북 대립으로 본 경제적 피해를 보상받을 방안을 마련하고, 남북 긴장관계를 완화해 달라는 게 주민들의 요구다. 남명우 파주 장단면장은 “지난달 북한이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했을 당시 군부대가 장단면 일대 출입을 통제해 관광과 숙박 예약이 취소돼 손해가 막심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접경지역 주민과 상인에 대한 보상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민방위기본법 개정을 통해 정부가 피해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있는 숙박업소 및 식당 위주로 보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다빈/정희원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