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드라이룸으로 배터리 3사 뚫은 씨케이솔루션의 코스피 도전기[전예진의 마켓 인사이트]

입력 2024-11-12 10:19
수정 2024-11-12 10:20



2차전지 공정에 사용되는 드라이룸 제조사 씨케이솔루션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도전한다. 드라이룸이란 리튬이온배터리를 만들 때 수분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공기 함량을 1% 이하로 유지하는 핵심 설비를 말한다. 이 회사는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2차전지 제조사에 드라이룸을 납품하며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인한 업황 부진과 국내 업체와 경쟁 심화 등이 넘어야 할 과제다.

◆제습력 갖춘 드라이룸으로 국내 배터리 3사 공략

2004년 설립된 씨케이솔루션은 산업용 드라이룸과 클린룸을 설계하고 시공하는 엔지니어링 전문 회사다. 2차전지 산업용 드라이룸 및 클린룸 설계와 시공이 주력 사업이다. 주요 고객은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배터리 제조 3사다.

클린룸과 드라이룸은 2차전지,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에 두루 쓰인다. 제어 대상만 다를 뿐 구조와 설계방식은 비슷하다. 핵심은 공조다. 국내에선 소수 업체만 시공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진입장벽도 높은 편이다. 대기업들이 오랜 기간 함께 성장한 소수 업체를 대상으로 제한적 경쟁 입찰을 통해 설비를 발주한다. 국내 클린룸 시장의 상위권 업체는 장기간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영업환경이 구축된 셈이다.

이 회사는 국내 특허뿐만 아니라 조건이 까다로운 미국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고품질의 솔루션과 제습 기술력으로 경쟁사와 차별화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씨케이솔루션은 향후 2차전지 제습 환경과 성능 관련 빅데이터를 제습기 개발에 적용해 드라이룸 시스템 개발도 계획하고 있다. 시간 단축과 에너지 절감을 위한 기술개발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최근 북미, 유럽, 동아시아 등 글로벌로 고객사를 확장하고 있다. 2016년부터 폴란드지사를 설립한 이후 폴란드, 베트남 등 9개 국가에 법인 10개 사, 지사 3개 사를 설립했다. 현지 고객사의 요구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서다. 지난 5월 멕시코법인, 7월엔 브라질법인도 설립했다. 몬테레이 지역에 문을 연 멕시코법인은 소규모 건설 턴키 사업을 시작한다. 하반기 SK넥실리스 건설 사업을 비롯해 북미 현장에 자재 조달을 진행하고 있다. 현지 네트워크를 발판 삼아 미국 테슬라, 중국 BYD 등에도 영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브라질법인은 파라나주에 위치한 LG전자 백색가전 공장 현장과 브라질 정부 공공사업, 국영 공사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게 목표다. 중장기적 브라질 국경과 접해 있는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캐즘에도 선방, 상반기 영업익 100% 급증

드라이룸 시공 사업은 전방산업인 2차전지 업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 회사도 최근 2차전지 업계에 퍼진 ‘캐즘(Chasm)’으로 시장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캐즘은 혁신성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초기 시장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주류시장 사이에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단절 현상을 말한다.

SNE리서치의 ‘글로벌 전기자동차 시장 및 배터리 수급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 판매량은 약 1641만 대로 전년 대비 16.6%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성장률인 33.5%에 비해 16.9%p 감소한 것이다. 얼리어답터의 초기 구매 수요가 줄어들었고 충전 인프라 부족,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실물경기와 소비심리 위축 등이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회사 측은 중장기적으로 전기차가 확산하며 드라이룸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자동차(HEV 제외) 판매량은 연평균 15% 성장해 2035년에는 7500만 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자동차 시장의 79%에 달하는 수치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같은 기간 연평균 17% 성장해 2035년 4760기가와트시(GWh)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CATL, BYD, 파나소닉 등 글로벌 6개 배터리 기업들의 전기차 및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생산 능력은 2023년 1169GWh에서 2030년 3868GWh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회사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른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 부족은 국내 배터리 제조회사의 공장 증설 등과 같은 투자로 이어질 것”이라며 “결국 드라이룸 및 클린룸 설비의 신규 수주로 회사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적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씨케이솔루션의 작년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2153억원과 177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0.1%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1315억원과 14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44%, 100.65% 증가했다. 사업부별 매출 비중은 2차전지가 95.86%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는 2940억원이다. 지난해 매출을 뛰어넘는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상장 후 유통물량 36% 쏟아져…오버행 우려

씨케이솔루션은 상장 후 시가총액으로 1975억~2264억원을 제시했다. 상장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씨케이솔루션의 2024년 반기 말 기준 최근 4개 분기 순이익 220억원에 주가수익비율(PER) 12.72배를 곱해 기업가치를 2791억원으로 평가했다. PER은 비교기업인 케이엔솔(15.81배), 에스에프에이(12.27배), 코윈테크(10.08배)의 평균이다. 여기에 18.89~29.26% 할인해 공모가를 1만5700~1만8000원으로 산정했다. 할인율은 최근 1년 코스피 상장사 평균(30.29~17.10%)과 비슷한 수준이다. 시가총액 기준 PER은 9.03~10.33배다. 다른 2차전지 장비업체들의 PER 11~15배보다 낮다.

다만 상장 첫날 유통 가능 주식이 많아 주가가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 씨케이솔루션의 유통 가능 주식 비중은 35.68%(448만8324주)다. 이 중 43.9%가 기존 주주 보유 물량이다.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이 공동 운용사(GP)로 있는 엔에이치프린시플은 씨케이솔루션 지분 22.68%를 들고 있다. 보유 지분(213만9861주) 중 절반 이상인 66%(142만6574주)에 보호예수를 체결하지 않았다. 상장 주식의 11%에 달하는 규모다. 엔에이치프린시플의 주식 취득 단가는 1만1683원으로 공모가 대비 25% 이상 낮아 상장 직후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

씨케이솔루션은 이번 상장으로 494억~566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공모 자금 중 120억여원은 아산 제조 공장 건축 등 시설자금에 사용하고 드라이룸, 클린룸 공정 중에 필요한 제습 관련 장비 생산에 투자한다. 224억원은 북미 지역에서 수주한 2차전지 드라이룸 및 제반 시설 공사의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씨케이솔루션은 상장 후 드라이룸 시공 능력을 바탕으로 통합 제습 기업으로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다. 전체 매출의 95%가 2차전지 관련 사업에 집중돼 있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는 최근 LG유플러스의 경기 파주시의 AI데이터센터 착공에도 참여하고 있다. 안근표 사장(사진 왼쪽)은 “지구온난화로 습도가 높아지면서 산업이나 일반 가정에서도 제습 기술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2차전지 드라이룸부터 일반 주택의 제습기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