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인구 4위인 인도네시아에서 냉장고 시장 점유율을 놓고 한·일 가전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인구가 약 2억8350만명에 이르는 인도네시아 내 냉장고 수요가 늘면서 업계 경쟁이 한층 가열되는 상황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KOTRA)가 지난 5일 공개한 '해외시장뉴스'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는 인도네시아 냉장고 시장이 올해 약 9억7000만달러(약 1조3449억원)에서 2029년 약 17억5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연평균 12.5%씩 성장한다는 전망이다.
도희수 코트라 자타르카무역관은 "외식이나 배달 음식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증가했지만 냉장고는 인도네시아 가정에 있어서 식료품의 보관을 위해 없어서는 안될 가전제품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꾸준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네시아에선 특히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추세다. 인도네시아 가전제품 시장이 소셜미디어 등에 영향을 크게 받으면서 인플루언서들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이 효과적 홍보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데이터복스 인도네시아 조사를 보면 시장 점유율 1위는 33.2%를 기록 중인 일본 가전 브랜드 샤프가 차지했다. LG전자는 24.8% 점유율로 샤프를 바짝 추격 중이다. 이어 폴리트론 20.6%, 삼성전자 13.6% 순이다. 기타는 7.8%로 나타났다.
특히 샤프는 최근 할랄 인증 냉장고를 내놓으면서 인도네시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일본계 기업들은 현지 공장에서 직접 냉장고를 생산하면서 시장 영향력을 키웠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지난 4월 전자제품 수입 규제를 강화한 상황에서 한·일 업체가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샤프는 중저가 제품을 앞세워 판매량을 올리고 있다. LG전자는 기능별로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지난해엔 1인·맞벌이 가구를 대상으로 평일 야간에도 가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이브닝서비스'를 시행했다. 2시간 단위로 예약 가능한 출장수리 서비스도 지난해 1월 도입했다. 삼성전자도 우수한 서비스센터로 현지에서 호평을 끌어냈다.
국내 기업의 경우 AI 기능을 더한 스마트가전 시장이 성장할수록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 삼성전자·LG전자 모두 AI 가전을 연이어 선보이면서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어서다.
다만, 가격경쟁력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지만 대다수 인도네시아 소비자들은 여전히 가격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도 무역관은 "중국으로부터 스마트 가전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도 현지 제조업체들이나 진출 기업에는 위기로 작용하고 있다"면서도 "사물인터넷이 지속적으로 발달하면서 가전제품에도 적용이 되기 시작했는데 아직 인도네시아 시장 내 해당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이 분야도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