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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94세가 된 워런 버핏이 주식을 계속 팔고 현금을 쌓고 있다. 그는 주식에 대한 관심을 잃은 것일까?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 주말 공시를 통해 3분기에 현금 잔고가 3252억 달러(447조원)로 기록적인 수준으로 늘었음을 밝혔다. 버크셔의 현금 잔고는 나이키나 골드만 삭스, 코카콜라, 디즈니의 시가총액보다도 크다.
가장 많이 보유했던 애플 주식은 작년 말 이후 거의 3분의 2를 팔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역시 많은 지분을 꾸준히 매각했다.
게다가 버핏은 자신의 주식인 버크셔 자사주 매입도 중단했다. 2분기에 3억 4500만 달러의 주식을 매입한 이후로는 다시 사지 않고 있다.
4일(현지시간) CNBC 프로에 따르면, 데이터트렉 리서치의 공동 창립자인 니콜라스 콜라스는 버핏의 이례적인 주식 정리의 배경으로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로는 버핏이 대다수 주식이 과대평가돼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이는 올들어 대량 매도한 주식들 뿐 아니라 자신의 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깊은 조정이나 전면적 하락장에 취약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버핏은 저평가된 견고한 투자를 찾는 것을 수십년의 투자 철학으로 지켜왔다.
현재 S&P 500은 21.5배의 주가수익비율(PER)로 거래되고 있으며, 2021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에 가까워졌다. 버크셔의 클래스 A 주식만 해도 22.6배의 PER로 거래되고 있다.
두번째로는 버핏이 곧 적극적인 포트폴리오 관리에서 물러나서 후임자들이 버크셔의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고 회사의 주식 재매입 프로그램을 검토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우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버핏은 이미 후임자로 그레그 아벨을 지명했지만 자신이 언제 물러날 지는 알리지 않았다.
세번째로는 가능성은 낮지만, 비핏이 ‘하나 이상의 대규모 인수를 검토하고 있고 이 매수를 위해 자본을 조달하고 있을" 가능성이다. 하지만 그의 나이와 계획된 승계를 감안하면 세번째는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마켓워치는 버핏이 미국 대선을 고려해서 조심스러운 접근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버핏은 올해 초 애플 주식의 매도에 대해 논의하면서 법인세가 인상될 것으로 예측해왔다.
에드워드 존스의 분석가인 짐 샤나한은 “워런 버핏이 기술에 대해 정말로 편안해하지 않는 것 같다”는 점을 지적했다. 버핏의 오랜 사업파트너인 찰리 멍거는 버핏보다는 기술주에 좀 더 열린 입장이었는데 멍거가 사망한 후 애플 주식 매각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CFRA의 분석가인 캐시 자이퍼트는 “버크셔의 애플 지분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지나치게 큰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해 노출을 줄이는 것이 합리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