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 집사는 대신 투자"…'한국형 리츠' 제안

입력 2024-11-05 18:09
수정 2024-11-06 00:53
한국은행이 전·월세 보증금을 투자금으로 내고 반(半)전세 형태로 거주하는 ‘한국형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집을 사기 위해 과도한 빚을 내는 부담을 낮추면서 향후 집값이 오르면 투자 수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제도다. 한은은 이런 리츠가 활성화하면 가계부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5일 한은과 한국금융학회가 주최한 공동 심포지엄에서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와 나현주 한은 금융안정국 과장은 이런 내용을 담은 ‘리츠를 활용한 주택금융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한국형 리츠는 주택 수요자가 자기자본을 투자해 리츠 주주가 되는 동시에 임차인으로서 리츠가 소유한 주택에 거주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임차인이 리츠 지분을 보유하는 동안 배당을 받고 지분 매도 때 차익을 얻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기존 제도와 차이가 있다.

연구진은 10억원 규모 주택에 개인이 자본금 1억원을 투자하고, 월 임차료 250만원을 내면 109㎡ 주택에 거주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기관투자가와 주택기금은 각각 1억원과 2억원을 자기자본으로 투자하고 나머지 6억원은 금융사 대출 등으로 조달한다. 배당수익은 임차인이 내는 연 3000만원의 임차료를 지분 비율대로 배당받는다.

이 주택이 10년간 연평균 5%씩 가격이 오르면 16억원 정도에 매각할 수 있다. 차익 6억원 중 임차인의 자본금 비율(25%)에 해당하는 약 1억5000만원이 임차인 몫으로 배분된다. 기존 전·월세 방식에선 1억원의 보증금만 돌려받을 수 있다. 김 교수는 “자산가치 상승이 축적된다는 측면에선 전세와 매매의 중간 형태, 거주 방식은 반전세에 가깝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리츠 투자자가 선호하는 양호한 입지에 토지와 주택을 조성하는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며 “좋은 부지를 확보하는 것이 정책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