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하면서까지 대규모 주택 공급에 나선 것은 ‘공급절벽’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수요자의 관심이 큰 서울 강남권이 그린벨트 해제 대상에 포함돼 정부 정책이 시장 안정과 공급 확대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미리내집)을 1만1000가구 공급해 저출생 극복이라는 정책 과제도 동시에 해결한다는 구상이다. 서초 서리풀지구 2만가구 공급5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원지·신원·염곡·내곡·우면동)에서는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 2만 가구를 공급한다. 이 중 55%인 1만1000가구는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으로 배정했다. 저출생 극복을 위해 좋은 입지의 주택을 신혼부부에게 우선 공급하겠다는 취지다.
신혼부부를 위해 주변 환경도 육아 친화적으로 조성한다. 어린이집과 키즈카페 등이 함께 마련된다. 거주 기간도 출생아 수에 따라 최대 20년까지 늘려주기로 했다. 분양 전환 때 3자녀 가정은 시세의 80% 가격으로 분양받을 수 있다.
서울시는 자연환경 보전이라는 취지를 고려해 그동안 대규모 그린벨트 해제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내년에 발표되는 추가 3만 가구 신규 택지도 서울 내 그린벨트는 제외된다. 하지만 공급절벽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최소한의 그린벨트 개발은 필요하다고 봤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어렵게 살린 출생아 증가 불씨를 키우기 위해 미래 세대에 주택을 우선 공급할 것”이라며 “서초 서리풀은 신혼부부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라고 말했다. 선호도 높은 서울 인근 그린벨트 해제
경기에선 서울과 거리가 10㎞ 이내이고, 교통·일자리 여건이 좋아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지역 위주로 그린벨트를 푼다. 고양 대곡역세권 지식융합단지에 9400가구를 공급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대곡역은 수도권 지하철 3호선·경의중앙선·서해선이 지나는 ‘트리플 역세권’이다. 다음달에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노선과 교외선도 개통한다. 하지만 주위에 비닐하우스 등만 있을 뿐 장기간 방치된 상태다. 2010년부터 대곡역세권 개발이 추진됐지만, 일대가 그린벨트로 묶인 데다 사업 주체 간 이견으로 개발 사업이 이뤄지지 못했다. 국토부는 이곳에 대규모 아파트와 복합환승센터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GTX를 이용하면 서울 도심까지 20분대에 이동할 수 있는 지역이다.
의왕 오전동과 왕곡동 일대 187만㎡엔 1만4000가구가 들어선다. 경기에서 가장 큰 규모다. 이곳은 과천~봉담 도시고속화도로와 경수대로(국도 1호선)가 인접해 있다. 2029년 개통될 계획인 동탄~인덕원선 의왕시청역(가칭)이 700m 거리에 있고, 2028년 개통 예정인 GTX-C노선 의왕역과도 가깝다. 서울 도심까지 30분대에 이동할 수 있어 교통 인프라가 좋은 편이다. 과천지식정보타운 등 인근에 일자리가 많은 것도 장점이다. 왕곡동과 오전동 사이로 과천~봉담 도시고속화도로가 지나가는 등 사업지구가 분리돼 있다. 국토부는 도로 연결 체계를 갖추는 방식으로 지구 간 단절을 해소할 계획이다.
서울 경계에서 북쪽으로 3㎞ 떨어져 있는 의정부 용현동 일대에서는 7000가구를 내놓는다. 입지 여건은 좋은 편이지만 과거 군부대가 있던 곳이라 주변 도심과 단절된 채 오랫동안 개발되지 않았다. 지하철 7호선 연장이 예정된 탑석역과 GTX-C노선이 들어서는 의정부역 등이 가깝다. 인근에 있는 의정부법조타운 및 고산·민락지구 등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공급 확대 정책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그린벨트 해제, 노후 계획도시 재건축 등을 통해 국민이 선호하는 지역에 대규모 주택 공급을 추진하겠다”며 “소비자 관점에서 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실수요자 관점에서 주택시장을 안정시켜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유오상/이인혁/양길성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