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기술지주(BUH)가 대학 연구실 기술 사업화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초기 자금 투자와 정부 지원사업을 연계한 ‘투트랙’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다. 특히 창업 초기 기업의 기술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한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부산시는 BUH의 성과를 기반으로 지역 대학 기술 창업의 새로운 모델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5일 BUH에 따르면 투자 기업 중 하나인 티큐어(대표 강현욱)가 최근 10대 초격차 분야 스타트업에 지원하는 딥테크 팁스(TIPs)에 선정돼 15억원의 연구개발(R&D) 자금을 확보했다. 티큐어는 강현욱 부경대 의공학과 교수가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기존 전방으로만 발사되는 레이저를 360도로 발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내시경에 적용하면 십이지장 점막을 정교하게 제거할 수 있어 당뇨 치료의 새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BUH는 논문 기반 기술의 사업성을 조사하고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등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도 함께 수립했다. 기술평가와 시장평가 등 두 단계로 진행되는 딥테크 팁스 선정을 위한 발표 현장에 BUH 심사역이 직접 나섰다. 이 같은 밀착 지원이 딥테크 팁스 선정의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BUH는 이외에도 총 26건, 128억1000만원 규모의 팁스 연계 사업을 주도해 왔다. 팁스는 민관이 공동으로 발굴한 기술 스타트업에 최대 5억원의 R&D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팁스 선정 기업 중 하나인 쉐어앤서비스는 국내에서 네 번째로 디지털 치료기기 분야 임상실험에 통과하는 성과를 거뒀다.
BUH 투자 기업 중 5곳이 상장 주관사를 선정했고, 2곳은 인수합병(M&A)에 성공했다. 바이오 분야 A사는 국내 대기업 계열사에, AI 스타트업은 경남 중견 제조기업에 매각됐다. 특히 바이오 기업 매각은 수백억원대 규모로 알려져 지역 창업 생태계에 신선한 자극이 됐다.
BUH 관계자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께 상장 기업이 나올 것”이라며 “기술력과 매출 등 경영지표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기업들이 있어 성공적인 상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성과는 숫자로도 입증된다. BUH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99개 기업에 167억원을 투자했다. 같은 기간 투자 기업들의 매출은 76억원에서 941억원으로 12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바이오·정보기술(IT) 분야 기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부산시는 BUH의 성과를 바탕으로 지역 창업 생태계 강화에 나섰다. 내년부터 추진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에 BUH를 핵심적인 혁신 모델로 삼을 계획이다. 전국 최초로 10억원 규모의 대학기술사업화 지원펀드도 조성한다. 이 펀드는 교육부의 대학창업펀드와 연계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시 관계자는 “그동안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기술지주 출연 등 지원 구조가 막혀 있었다”며 “전용 펀드를 만들어 BUH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