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기기 자체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온디바이스 셋톱박스를 내놨다. 세계 최초로 인터넷TV(IPTV)에서 8K 화질을 구현했다. AI 에이전트를 탑재해 생활에서 쓸 수 있는 ‘AI 허브’로 셋톱박스를 키우겠다는 비전도 내놨다.
옛 영상도 화질 자동 개선KT는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한 온디바이스 셋톱박스인 ‘지니 TV 셋톱박스 4’를 출시한다고 5일 발표했다. 김훈배 KT 미디어플랫폼사업본부장은 이날 서울 동대문 노보텔앰배서더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셋톱박스는 고객과 AI를 연결하는 ‘AI 허브’가 될 것”이라며 “남녀노소 누구나 AI 서비스를 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KT의 가세로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을 포함한 IPTV 3사 모두가 자체 온디바이스 AI 셋톱박스를 공급하게 됐다.
KT는 업계 최초로 8K 화질을 구현하는 칩셋을 셋톱박스에 넣어 차별화했다. 기존 셋톱박스로는 8K 해상도로 제작된 영상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했다. 그간 8K 화질을 구현하는 TV가 제대로 쓰이기 어려웠던 배경이다. KT는 HD·4K 화질을 개선해주는 업스케일링 기능도 공개했다. TV 사양에 맞춰 AI가 알아서 영상을 고화질로 바꿔준다.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처럼 HD 화질로 제작된 옛 콘텐츠를 시청하는 데에 유용한 기능이다.
생활 편의 기능도 대거 내놨다. KT는 동네별 날씨, 음식점 메뉴, 생활편의시설 등의 정보를 셋톱박스로 제공하기로 했다. IPTV 이용자는 자신이 사는 동네에 새로 생긴 음식점이나 할인 행사 중인 매장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KT는 내년에 셋톱박스에 말을 걸어 음식 주문과 결제를 하는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유현중 KT 미디어플랫폼담당은 “지니 TV는 AI 기술을 접목해 완전히 새로운 지니 TV가 될 것”이라며 “지역 기반 위치 서비스로 우리 동네에 특화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온디바이스로 자막 만든다새 셋톱박스는 AI를 활용해 스마트홈 기기로서의 장점도 극대화했다. KT는 에어컨, 공기청정기, 선풍기, 조명 등의 가전기기를 셋톱박스에 연동해 음성 조작하는 기능을 소개했다. “공기청정기 켜줘”라고 말하면 셋톱박스에 내장된 마이크가 이를 인식해 알아서 공기청정기를 켜주는 식이다. AI가 자동으로 실내 조도에 맞춰 TV 밝기를 바꿔주는 기능, 청소나 설거지로 소음이 생기면 TV 음량을 조절해주는 기능도 제공한다.
콘텐츠 시청 편의성도 개선했다. KT는 내년 초 실시간 자막 기능을 선보일 예정이다. 온디바이스 AI를 활용한 덕분에 모든 영상에서 자막 지원이 가능하다는 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한국어 자막을 우선 제공한 뒤 추후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으로 지원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영상에서 특정 인물이 등장하는 부분만 골라볼 수 있는 IPTV 기능도 추가했다. KT는 음악 예능 프로그램에 이 기능을 우선 적용한 뒤 스포츠 등 다른 영역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아바타를 활용해 AI가 수화를 만들어주는 기능은 시각장애인의 시청 환경을 개선해 줄 새 기능이다. KT는 긴급재난방송에서 이 기능을 먼저 도입한다. 실내 배경화면으로 쓸 수 있는 ‘AI 아트윌’ 기능도 제공한다. 유 담당은 “자체 AI 콘텐츠 영상 생성 기술인 ‘매직플랫폼’으로 만든 배경화면용 영상 600편을 올 연말께 공급하겠다”며 “시간대, 날씨, 계절에 맞춰 배경화면이 알아서 바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T는 내년 상반기 중 시청자가 말한 키워드로 영상 동화를 만들어주는 서비스도 상용화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와 협업해 개발하고 있는 AI 비서 서비스도 내년 출시가 목표다. 김 본부장은 “유료방송 시장이 상당히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 시장 1등 사업자로서 책임감을 갖고 셋톱박스에 새로운 기능을 넣었다”며 “4K 영상 시장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KT가 했듯이 8K에서도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