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국내 최대 택시 호출 플랫폼기업 카카오모빌리티의 ‘매출 부풀리기’ 의혹을 두고 중징계에 나설 전망이다. 원칙상으로는 기업에 재량권이 있는 회계 기준 해석 차이가 고강도 징계로 이어지게 되는 셈이다. 증선위, 내일 카카오모빌리티 '분식회계' 중징계 전망5일 금융당국 안팎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오는 6일 정례 회의를 열고 카카오모빌리티의 회계기준 위반 혐의와 관련한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 증선위는 사전 논의를 통해 중과실 1~2단계 적용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증선위의 징계 수위는 고의, 중과실, 과실 등 세 개 항목별 총 5개 단계로 나뉜다. 중과실 1~2단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하진 않았다 해도 주의 의무를 현저히 결여했다고 판단한 중징계 조치다.
이에 따라 증선위는 이창민 카카오모빌리티 경영전략담당 부사장(CSO)에 대해선 해임 권고와 직무정지 6개월 조치를, 카카오모빌리티 법인엔 2년간 감사인 지정 조치를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CSO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전 최고재무책임자(CFO)다.
증선위는 카카오모빌리티 법인엔 과징금 34억원을,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최고경영자(CEO)와 이 CSO엔 각각 과징금 3억4000만원씩을 부과하는 안도 금융위로 넘긴다.
사안 관련 자료를 검찰에도 이첩한다. 고의 징계를 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 검찰에 자료를 넘기는 이례적인 사례다. 증선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외부감사인으로 회계처리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삼일·삼정회계법인엔 각각 과실 판단을 적용할 계획이다. '삼각구조' 문제 삼아금융감독당국은 카카오모빌리티가 경제적 실질과는 동떨어진 구조로 회계처리를 해 매출을 부풀렸다고 판단했다. 사실상 하나의 계약을 둘로 나눈 뒤 각각을 매출과 비용으로 계상했다는 시각이다.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는 서로 수수료를 주고받는 구조다. 택시는 카카오모빌리티에 가맹계약 수수료를 지급한다. 통상 운임의 20%다. 이와 별도로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택시를 통해 주행 데이터를 수집하고, 광고를 노출하는 대가로 운임의 약 17%를 지급한다.
최종적으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운임의 3~4% 상당액을 수수료 격으로 받아가는 구조이니 그만큼만 매출로 잡았어야 한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금감원은 앞서 이같은 방식으로 더 계산된 카카오모빌리티의 매출이 작년 연간 연결기준 30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예상했다. 고의성만 빠진 '강경안'증선위의 이번 판단은 당초 금감원의 '최고형' 추진안 보다는 소폭 누그러진 조치다. 금감원은 당초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해 가장 강한 고의 1단계를 적용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경영진이 기업공개(IPO)시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일부러 외형을 불렸다는 게 금감원의 시각이다.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수록 스톡옵션을 보유한 임원들의 이득도 커지는 만큼 고의성도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증선위는 카카오모빌리티에 고의성을 적용하긴 어렵다는 잠정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당국 등이 플랫폼의 회계처리 방식을 특정하게 규정한 바가 없다는 게 주요 근거인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회계 처리에 앞서 주요 회계법인에 자문을 구했고, 외부감사인으로부터도 회계처리 적정성을 인정받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회계업계에선 회계 ‘분식’의 효과도 명확치 않다고 보고 있다. 어느 방식을 쓰든 카카오모빌리티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동일하다.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금감원이 주장한 방식을 채택했을 때 더 늘어난다. 통상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는 영업이익률과 당기순이익 등을 아울러 고려한다. 회계업계선 과도한 처벌 우려…"IFRS는 기업 재량이 원칙"증선위의 잠정 결론이 공식화된다면 회계업계와 플랫폼업계 등에서 상당한 논란이 일 전망이다. 플랫폼 기업의 회계 처리에 대해 당국이 특정 방식을 사실상 지정한 사례가 되서다. 플랫폼은 사업 구조에 따라 중개 대상간 수수료를 받고 처리하는 방식이 기업마다 천차만별이다.
회계업계 일각에선 그간 당국과의 시각차를 근거로 분식회계 징계를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이 전면 채택해 쓰고 있는 국제회계기준(IFRS)은 기업의 자율적 회계 처리를 중시하는 게 원칙이다. 기업 자신이 그 기업의 경제적 실질을 가장 잘 안다는 철학에 근거한다.
회계업계의 한 관계자는 “IFRS는 각 사가 재무제표 작성기준을 명확하게 잡고 알리면 된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번 사안을 두고 고강도 제재가 현실화되면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