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 3분기 실질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1%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1분기 GDP 성장률이 1.3%로 깜짝 성장을 보였지만 2분기에 -0.2%로 역성장했던 것을 고려하면 0.1% 성장률은 한국은행의 전망치 0.5%에도 한참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성장을 의미한다고 보기도 어렵게 됐다. 2024년 연간 GDP 성장률 전망치 2.4%도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3분기 성장률이 크게 예측을 빗나간 데에는 6분기 연속 성장하던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수출이 전분기 대비 0.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2022년 4분기 –3.7%를 기록한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보인 것이다. 반도체를 비롯한 IT 부문의 조정이 있었고, 비(非)IT 부문 자동차와 부품회사들의 파업으로 빚어진 생산 차질로 인해 3분기 수출이 감소했다. 전기차 수요감소가 2차전지 등의 수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0.8%포인트를 기록함으로써 수출의 위축이 성장률을 약 1% 끌어내린 것으로 보인다.
3분기 민간 소비는 0.5% 증가했지만 0%대 성장을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건설투자는 –2.8% 성장했지만 설비투자가 6.9% 상승했다. 내수의 성장기여도가 0.9%포인트를 보임에 따라 내수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다. 이 중에서 정부와 민간 소비가 0.3%포인트, 투자가 0.6%포인트의 기여도를 보였다.
4분기 경제환경도 만만치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중국 경제는 침체에서 좀처럼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전쟁도 해결될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악화 일로를 걸으면서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11월 5일 미국 대선 이후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보호무역 기조와 관세 인상의 파고를 어떻게 넘을지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고조되고 있다.
유례없는 초박빙으로 진행되고 있는 미국 대선에서 선거 직전까지도 어느 한쪽 후보의 우세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누가 당선되든 미국의 초강경 대외 정책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특히 중국 수입품에 6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도 첨단기술 중심으로 대중국 수출통제를 지속하는 보호무역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선된 대통령에 상관없이 미·중 간의 무역전쟁이 심화하고, 그로 인한 타격과 불확실성이 미국과 무역하는 다른 국가들에도 고스란히 전이될 전망이다.
IMF의 세계경제전망보고서에 의하면 트럼프의 고율 관세정책이 실시될 경우 전체 상품교역의 4분의 1에 영향을 주게 되고, 그로 인해 세계경제 규모가 0.8% 감소하고 2026년 글로벌 GDP는 1.3%나 줄어들 것이라며 우려했다. 토머스 헬빙 IMF 아시아·태평양 부국장은 대선 후 미·중 무역 갈등이 한국의 주요 하방리스크로 작용하고 증대할 경우 한국은 상대적으로 더 크게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금리 실기론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와 환율 등의 요인으로 금리인하를 결정하기 쉽지 않고, 수출 증가세에 의존한 성장 방식에 기대기도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나친 비관론이나 낙관론은 자제되어야 한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