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일러 ‘투톱’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의 특허권 분쟁이 확산하고 있다. 경동나비엔이 귀뚜라미에 일부 제품 생산·판매 금지 가처분신청을 낸 데 이어 귀뚜라미가 특허무효심판제기와 손해배상소송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정하면서다.
5일 보일러업계에 따르면 귀뚜라미는 지난 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거꾸로 에코 콘덴싱 L11’ ‘S11’ ‘E11’ 제품 판매금지 가처분결정서를 송달받았다. 가처분 효력은 송달문을 받은 당일부터 발생한다. 단 대리점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물량은 4일 이후에도 판매할 수 있다.
법원의 이러한 조치는 경동나비엔이 지난해 12월19일 귀뚜라미를 상대로 ‘특허권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경동나비엔은 귀뚜라미가 자사 특허 기술 4건을 침해한 열교환기를 생산·판매하고 있다고 문제 제기했다.
귀뚜라미가 “경동나비엔의 특허권을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는 만큼 양사의 ‘특허 분쟁’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귀뚜라미는 지난 2월 1일 특허심판원에 경동나비엔 특허권 무효 심판을 제기했다. 특허심판원은 지난 9월 19일 경동나비엔의 특허 4개 가운데 2개를 무효로 인정했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다른 두 건에 대해서도 특허 무효를 향후 입증하겠다”며 “이미 지난달 18일 2심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두 회사가 기술 분쟁을 벌이는 데에는 포화상태에 달한 국내 가정용 보일러 시장 환경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보일러 판매량 증가율이 정체기에 접어든 만큼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는 게 중요해져서다. 두 회사는 정확한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업계는 2000년대 들어서부터 국내 가정용 보일러 연간 판매대수가 100만대 전후로 정체됐다고 보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서라도 이 시점에 가처분신청을 낼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귀뚜라미가 중국 톈진에서 경동나비엔의 특허기술이 적용된 열교환기를 생산하고 있는 만큼 중국에 관련 기술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향후 중국 업체가 우리 기술을 적용한 열교환기를 저렴한 가격으로 만들어 미국 등으로 수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