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로 하자, 국민의힘 친한계에서는 윤 대통령의 발표 내용에 '자화자찬'이 들어가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대국민 사과와 쇄신책을 요구한 상황이다.
5일 친한계로 분류되는 박정훈 의원은 MBC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한 대표의 대국민 사과 요구를) 안 받아들일 거면 담화할 이유가 있겠냐"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솔직함"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전날 회의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국민들께서 걱정하시는 부분에 대해서 소상하게 밝히고 사과를 비롯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며 대국민 사과와 대통령실 참모진 전면 개편, 쇄신용 개각을 촉구한 바 있다.
박 의원은 특히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윤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통화 녹취록과 관련 "대통령이 솔직하게 이 문제에 관해서 얘기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들의 마음이 좀 풀릴 것"이라며 "'이게 다 오해고 별거 아닌데 부풀려졌다' 이런 얘기로만 점철된다면 굳이 할 필요가 있나. 그걸 그냥 뭉개고 덮고 간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본다"고 했다.
김종혁 최고위원도 CBS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이 평가하는 것이지 본인이 미리 앞서서 자화자찬하면 안 된다"며 "국민들에게 진솔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난 4월 윤 대통령의 의대 정원 관련 담화 때도 결국 대통령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되풀이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나. 그때 많은 사람이 '이번 총선은 끝났다'고 한숨 쉬었다"며 "이번에도 좋은 의도로 정책을 시도하려 했다는 설명에 그치면 그 후폭풍이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명태균 씨의의 통화 녹취록에 관해선 "정치적 책무를 도외시한 채 법률적으론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버린다면 국민들이 굉장히 실망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두 사람이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과 관련해 나눈 대화 내용이 공개된 뒤 친윤계 일각에서 윤 대통령이 통화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최고위원은 김건희 여사 활동 자제와 관련해서도 "이번에 어떻게 처신하겠다는 것을 확실하게 밝히셔야 한다"며 "김 여사가 활동 자제한다는 이야기를 한두 번 들은 게 아닌데, 그동안 조용히 계시다가 다시 나오는 것을 반복하시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김건희 특검법 처리 시) 이탈표를 막기 위해서라도 전향적인 조치가 나와야 한다"며 "이탈표 단속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친윤계에서는 대통령이 쇄신안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친윤계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정말 잘되기를 바라고 하는 요구와 상대를 무조건 비판하고 비난하고 공격하기 위해 쇄신하라는 것은 조금은 결이 다르다"며 "무조건 사람을 바꾸라고 하면 나중에 어떻게 하겠나. 이렇게 가다가 정권 내놓으라 할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조치 또 국민께서 납득할 만한 변화는 있지 않겠나"라며 "단순히 정치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불편하다고 해서 상대방이 '누구를 바꿔라, 교체하라'고 하는 것은 달리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인사권자에게 압박하듯이 정치 공세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제는 그런 정치는 지양해야 할 때가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