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서 신호위반해 9세 아이 친 운전자 '무죄' 확정…왜?

입력 2024-11-05 12:00
수정 2024-11-05 12:04
스쿨존에서 차량 정지 신호를 어기고 주행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아동을 친 운전자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근거로 피해 아동이 차량과 충돌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상해를 입은 것은 아니라는 2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봤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어린이보호구역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며 "원심의 판단에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어린이보호구역치상)죄에서 상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회사원인 A씨는 2022년 12월 낮 차량을 운전해 서울 용산구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을 주행하다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9세 아동을 차로 쳤다. 당시 신호동에 차량 적색 신호가 들어왔음에도 A씨는 횡단보도 정지선을 넘어서 주행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고로 피해 아동은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1심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해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CCTV 영상에 피고인의 차량에 피해 아동의 몸이 부딪치고 피해자가 흔들리는 장면과 피고인의 차량이 위 충돌 직후 정차했다가 다시 출발하는 장면이 확인됐고, 피해 아동이 사고 직후 정형외과를 방문해 진단서를 발급받은 점, 피해 아동이 어려 비교적 작은 충격에도 쉽게 다칠 수 있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죄가 없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에 비춰 피해 아동이 피고인이 운전하는 차량과의 충돌로 인해 신체의 완전성이 훼손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가 초래됐다고 보기 어렵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해 아동이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해 상해를 입은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진단 내용은 최종 판단이 아닌 임상적 추정으로, 피해 아동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 그 원인이라는 취지의 보호자 진술에 의거해 작성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CCTV 영상에 의하면 피해 아동은 허리 아랫부분을 살짝 접촉한 것으로 보이는데, 의사 사실조회 회신에 의하면 당시 피해 아동은 좌측 허리, 목, 어깨 부위의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다"며 "상해 부위가 허리 위 상체까지 광범위하게 포함하고 있는데 적어도 어깨관절 등 일부 부위는 교통사고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부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CCTV 영상에 의하면 피해 아동은 차량과 접촉한 직후 넘어지지 않고 그대로 뒤돌아 인도로 다시 걸어가는 장면이 확인되는 등 교통사고로 부딪치면서 받은 충격이 그다지 큰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상해진단서 발급 이후) 피해 아동이 딱히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았고, 실제로 피해자는 이 사건 교통사고 이후 결석하지 않고 등교해 수업을 듣는 등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이 평소와 같이 생활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그대로 확정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