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한국이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릴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4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 한국 정부 당국자들이 수개월 전부터 미국 대선 이후의 상황에 대비해왔다면서 트럼프가 승리해 무역상대국들에 압력을 넣을 경우 미국산 에너지 구매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국자들은 특히 최근 몇 주간 미국 대선 이후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기업, 연구소들과 회의를 해왔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한국 정부가 주시하는 대목은 대미 무역 흑자 증가추세다.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서고 이후에도 무역 불균형이 지속되면 미국 정부는 무역상대국들에 수지 개선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데 이 경우 한국 정부는 기업들에 미국산 석유와 가스 구매를 늘리도록 촉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과의 무역에서 대규모 흑자를 내는 국가로는 흑자 규모 기준으로 중국이 1위, 멕시코가 2위이며, 한국은 8위다.
5일 치러지는 미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막판까지 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모든 수입품에 최소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관세를 최대 60%까지 올리겠다고 공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놓고 촉각을 세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이 반도체 제조의 핵심 국가로서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 노력에서 한국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평가했고, 동시에 한국은 북한을 억누르기 위해 미군에 의존하고 있다고 짚었다.
한국 정부는 SK이노베이션이나 GS칼텍스 등 주요 에너지 수입업체들에 미국산 에너지 구매 비중을 늘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지만, 과거 상황을 보면 정부가 기대했던 만큼 비중이 늘어나지는 않는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첫 임기를 시작하기 직전에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 안보를 개선하고 가격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며 국내 정유사들에 원유 구매처를 다변화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이번에는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가중된 만큼 기업들이 미국산 에너지로 눈을 돌리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한국은 거의 모든 에너지 수요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지금까지 가스 수입의 약 11%, 석유 수입의 17%가 미국산이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는 블룸버그통신의 이같은 보도에 확인을 거부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