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올해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 둔화 속에서도 사상 처음으로 미국 내 전기차 연간 누적 판매량 10만대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 현지 전기차 점유율은 10%를 달성하며 테슬라에 이어 판매량 2위를 기록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올해 1~9월 미국 누적 판매량 전년 대비 30.3% 증가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올해 1~9월 미국에서 총 9만1348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3% 증가한 수준이다.
이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인한 세액 공제 축소와 저가 전기차 출시 지연, 고금리 등에 따른 소비자 부담 가중 등으로 올해 미국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대폭 둔화됐음에도 불구하고 거둔 성과여서 주목된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현지 주요 완성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을 제치고 테슬라에 이어 3분기 누적 판매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올해 1~3분기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9.5%로, 10%에 육박한다. 반면 2022년 2분기 기준 시장 점유율 65%를 차지하며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던 테슬라는 같은 기간 49.8%로 낮아졌다.
미국 전기차 판매량을 이끄는 차종은 현대차 아이오닉5다. 아이오닉5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3만318대가 판매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9.8% 늘었다. 그 뒤로 아이오닉6(9097대), 코나EV(4212대), GV70 EV(2343대) 순이다.
기아는 지난해 11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이 미국에서 선전하고 있다. 대형 SUV는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 차급이다. EV9은 매달 1000대 이상 판매되며 3분기까지 누적 1만5970대 판매됐다. 이는 EV6(1만5985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판매된 것으로, EV9은 단기간에 기아 전기차 라인업의 주력 모델로 등극한 수준이다.
현대차그룹 E-GMP 전기차, 미국에서 인기현대차·기아는 2014년 기아 쏘울EV를 시작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에 진출했다. 이어 2017년 현대차 아이오닉 전기차가 출시됐다.
미국 시장 진출 초기 평균 1000여대 수준이던 연간 전기차 판매량은 2019년 코나 EV, 니로 EV가 새롭게 추가되며 연 판매량이 7772대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후 2021년 판매량이 1만9590대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연간 판매 1만대를 돌파했다.
이와 같은 증가세는 2022년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기반으로 하는 아이오닉5, EV6 등의 신차 출시와 제네시스 브랜드 전기차인 G80 EV, GV60 등의 출시를 기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 결과 2022년 미국 내 현대차그룹 전기차 연간 판매는 전년 대비 337.5% 증가한 5만8028대를 기록했다.
2023년에는 GV70 EV, EV9이 라인업에 추가되며 9만4340대로 연간 최다 판매를 달성했다. 올해 3분기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판매량에 육박하는 총 9만1348대를 기록해 연간 10만대 판매 돌파 및 사상 최다 판매라는 두 가지 기록을 동시에 달성할 것이 매우 유력하다.
현대차·기아가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를 급격하게 늘릴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기반으로 한 우수한 상품성이다. 2020년 12월 첫선을 보인 E-GMP는 우수한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와 전비, 400·800V 멀티 급속 충전 시스템, 뛰어난 주행 성능과 정숙성 등을 바탕으로 전기차의 상품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E-GMP 기반의 전기차들은 세계 최고 권위의 올해의 차를 잇달아 수상하고 있다. EV6는 2022년 '유럽 올해의 차'와 2023년 '북미 올해의 차'를 차지했다. 2022년 아이오닉5, 2023년 아이오닉6, 2024년 EV9까지 현대차·기아는 '세계 올해의 차'를 3년 연속 석권했다.
그뿐만 아니라 E-GMP에 탑재된 동력 시스템은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워즈오토'가 선정하는 '최고 10대 엔진 및 동력 시스템'을 3년 연속 수상하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내년 미국 전기차 공장 본격 가동...판매 확대현대차·기아는 전기차 판매 성장세를 연말까지 이어가고 내년에도 전기차 판매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바탕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의 주요 업체로 자리매김하며 전동화 전환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다.
내년 미국 전기차 시장은 혼다, 닛산 등 아시아계 업체들의 공격적인 판매 확대 전략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올해보다 성장 폭이 늘어날 것 전망된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는 올해 10월 양산을 시작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며 전기차 판매 확대에 힘을 쏟는다. HMGMA는 향후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모델을 연간 30만 대 이상 생산할 예정이다. HMGMA의 본격 가동으로 IRA에 따른 보조금 수령이 가능한 차종이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현대차의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9 등 신차 투입으로 전기차 라인업도 강화한다. 아이오닉9는 E-GMP에 기반한 현대차의 세 번째 전기차 모델이다. 공력의 미학을 담은 '에어로스테틱' 실루엣을 기반으로 완성된 세련되고 여유로운 디자인과 넉넉한 실내 공간이 예상되는 긴 휠베이스가 특징이다. 아이오닉9는 오는 11월 LA오토쇼에서 전 세계 처음 공개될 예정이다.
LA(미국)=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