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 4일 오후 4시 37분
“한마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배구조와 주주가치입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사진)이 4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왜 고려아연을 인수하려는지’를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MBK파트너스가 영풍과 손잡고 지난 9월 13일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를 시작한 뒤 김 회장이 직접 인수 추진 이유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회장은 이날 서울 북가좌동에서 열린 ‘김병주도서관’ 착공 행사에 참석했다. 김병주도서관은 김 회장이 약 300억원을 기부해 서울시와 함께 건립하는 시립도서관이다. 올해 착공한 김병주도서관은 2027년 2월 완공 예정이다.
김 회장은 이날 그의 부인인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의 막내딸 박경아 씨와 함께 행사장을 찾았다. 오세훈 서울시장과는 짧게 환담하기도 했다.
행사가 끝난 뒤 자리를 옮기던 김 회장은 고려아연 인수 추진 배경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작심한 듯 “지배구조와 주주가치가 가장 큰 이유”라고 했다. 지배구조 문제는 MBK가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나섰을 때부터 지속해서 강조해온 사안이다. MBK는 ‘고려아연 최대주주는 영풍(33.1%)인데도 지분 1.84%를 보유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을 행사하는 비정상적인 지배구조 형태를 고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김 회장은 고려아연 외에도 그동안 총수 일가의 과도한 영향력 행사 때문에 국내 대기업의 주주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론을 펼쳐왔다. 지난해 한국앤컴퍼니 경영진과 분쟁을 벌일 때도 이런 주장을 했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한국앤컴퍼니는 부실한 지배구조와 대주주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기업가치가 지속 하락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MBK는 앞으로도 지배구조 개선 관련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 회장은 지난 4월 출자자(LP)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도 일본 도시바 사례를 언급하며 지배구조 관련 투자가 이어질 수 있음을 예고한 바 있다. 도시바는 행동주의펀드의 공습에 흔들리다가 지난해 사모펀드(PEF)와 기업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인 ‘일본산업파트너스’에 매각됐다.
김 회장은 “일본에선 정부의 ‘기업 지배구조 헌장’ 공표와 주주행동주의의 발현이 동시에 수반되면서 사모투자 붐이 일었다”며 “도시바가 주주 및 사외이사들로부터 압박받아 매각의 기로에 놓였다는 것은 일본 그 어느 기업이라도 행동주의펀드 등의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주주행동주의는 (PEF에) 경영진을 구제하는 ‘백기사’ 기회를 만들어줬다”고 강조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