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사업비 5조원 규모 사업장인 CJ 가양 부지의 원활한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전환을 위해 1조3000억원 규모 후순위 대출에 자금보충을 약속했다. 빠르게 본 PF로 넘겨 브릿지론 위험노출(익스포저)을 줄이기 위해 이례적으로 조단위 본 PF 신용 제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신용 보강에 따라 CJ 가양 부지 개발 사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J 가양 부지 본 PF는 선순위 1조7000억원과 후순위 1조3000억원 등 총 3조원으로 구성됐다. CJ 가양 부지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선순위에 책임준공, 후순위에 자금보충을 확약해 원활한 본 PF 조달을 지원하기로 했다. 본 PF 대표 주관사인 KB증권은 연말까지 자금 조달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후 내년 3월쯤 착공에 돌입한다.
자금보충은 시공사가 유동화회사인 특수목적법인(SPC)과 약정을 체결해 PF 대출채권의 기한이익상실(EOD) 위험을 낮추는 신용 제공 방식이다. EOD 사유가 발생했을 때 시공사가 부족 자금을 대야 한다.
도급순위 2위에 해당하는 대형 시공사가 후순위 PF 대출에 조단위 자금보충을 약속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통상 대형 시공사들은 원활한 본 PF 조달을 위해 하위 5~10% 자금에 자금보충을 하거나 직접 자금을 집행하는 수준에 머무른다.
현대건설이 본 PF 때 대규모 신용 보강을 제공한 것은 이 사업장의 본 PF 전환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전임 강서구청장이 건축협정 인가를 돌연 취소하는 등 파행을 맞으며 장기간 브릿지론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본 PF 금리는 확연히 낮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사실상 현대건설이 발행하는 회사채 수준의 PF 채권이기 때문이다. CJ 가양 부지 개발사업은 서울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인근 부지 9만3686㎡에 서울 삼성동 코엑스(연면적 46만㎡) 1.7배 크기의 업무·판매·지식산업센터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5조원 규모로 본 PF 대출과 지식산업센터 선매각으로 사업비를 조달한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