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에 '母 대변' 섞은 우유 먹였더니…'놀라운 효과'

입력 2024-11-04 08:13
수정 2024-11-04 08:21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에게 엄마의 대변을 소량 섞은 우유를 먹이면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 저널 네이처(Natrue) 등에 따르면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에서 열린 미국감염병학회(IDSA) 회의에서 핀란드 헬싱키 대학병원 감염병 전문가들은 일명 '대변 밀크셰이크'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핀란드 건강보건복지연구소의 공중보건 부문 책임자인 오토 헬브 박사팀은 헬싱키 대학병원에서 제왕절개 예정인 여성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대변에서 유해 병원균이 확인되지 않은 여성으로만 피실험군을 선정했다.

연구팀은 제왕절개로 아기를 출산한 여성의 대변 3.5mg을 우유에 섞어 아기에게 첫 수유 시 제공했다. 아기 15명에게는 '대변 밀크셰이크'를, 다른 16명은 위약(심리적 효과를 유도하는 가짜 약)을 먹였다.

연구팀은 이후 아기의 대변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포착했다고 전했다. 바로 두 피실험군 간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현저한 차이가 나타났다는 것.

연구팀은 "아기들의 대변 샘플을 분석한 결과 막 태어났을 때 두 그룹의 미생물 다양성은 비슷했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자 소량의 대변을 먹은 아기들과 그렇지 않은 아기들 사이에서 큰 차이가 관찰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차이는 아기들이 고형 음식(이유식)을 먹기 시작하는 시기인 생후 6개월까지 지속됐다"고 덧붙였다. 실험은 이어지고 있으며, 연구팀은 총 2년 동안 아기들의 건강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앞서 2020년 발표된 한 연구에서도 모체 대변 이식을 받은 아기의 미생물 군집이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의 미생물 군집과 유사한 수준으로 발달했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다만 연구팀은 가정에서는 이 방법을 절대로 시도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구팀은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들은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들에 비해 천식, 소화계 염증, 면역 체계와 관련된 질환에 걸릴 위험이 더욱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들이 엄마의 질과 장의 미생물에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들과 비교해 장내 세균 분포가 다르다는 점도 주목했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연구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도 나타냈다. 웰컴 샌저 연구소의 미생물학자 얀 샤오 박사는 "엄마의 대변 미생물 이식이 제왕절개 아기의 마이크로바이옴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놀랍지 않다"면서 해당 연구의 효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특히 이 연구가 자연분만 아기와 직접 장내 미생물을 비교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샤오 박사는 "아기들의 장에서 잘 번식하고 균형 잡힌 미생물 생태계를 이룰 엄마의 특정한 장내 미생물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 다음 단계"라며 "엄마의 대변에서 알 수 없는 미생물을 쓰는 것보다 실험실에서 배양한 종을 사용하는 것이 더 안전할 수 있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