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의 2022년 5월 통화 내용이 공개된 이후 나흘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사진)의 다음 메시지에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이 통화 내용을 공개한 뒤 한 대표는 관련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1일부터는 아예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잠행 중이다. 이르면 4일 열리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처음 견해를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특별감찰관 추천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3대 요구를 내놓으며 대통령실과 충돌한 상황에서 진전된 태도를 보일지 주목된다. 여당 관계자는 “특별감찰관 추천 등 기존 해법을 반복하는 것으로는 문제를 풀어갈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하다”며 “한 대표 스타일상 용산을 향해 한층 강도 높은 요구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물밑에서도 한 대표가 대통령실에 명씨와의 추가 접촉 내용 등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대통령실이 불참 방침을 정한 4일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과 관련해서도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야 한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지율이 떨어진 상황에서 시정연설 관례까지 깨면 민심 이반이 악화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적극적 입장 표명이 윤 대통령 임기 단축과 하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야당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통화 당사자가 윤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김 여사 논란 해소 요구보다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친윤(친윤석열)계 한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 이후 탄핵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이 의원들은 물론 여권 지지자 사이에서도 높다”며 “한 대표도 대응 수위를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한 대표가 우선 당 차원의 진상조사를 약속하는 정도의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명씨가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과정에 얼마나 개입했는지를 살펴보겠다고 약속하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진상조사를 통해 명씨의 개입 여부를 확인해야 야당의 공세에 대응할 수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공천에 관여한 바 없다’는 대통령실 입장에도 힘을 실을 수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