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미국인인 제인 우 노스웨스턴의대 교수가 지난 8월 시카고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8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중국계 물리학자인 장서우청 스탠퍼드대 교수가 갑자기 사망한 것이다. 두 교수가 ‘천인계획’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들이 미·중 갈등의 희생양이 됐다는 음모론이 퍼졌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GT)는 “중국의 ‘과학 굴기’를 견제하려는 미 행정부가 중국 과학자를 대상으로 마녀사냥을 일삼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천인계획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무자비할 정도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연구자의 비자 심사를 강화한 것은 기본이다. 국립보건원(NIH)과 국립과학재단(NSF)은 천인계획 참여 연구자에게 자금 지원을 끊었다. 국방부는 3000건 이상의 연구 프로젝트를 샅샅이 뒤져 중국 연관성이 발견된 공동 연구 300여 건을 중단했다.
연방 정부와 의회도 중국을 견제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달 중국계를 겨냥한 방첩 프로그램인 ‘차이나 이니셔티브’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찬성이 237표, 반대가 180표였다. 공화당이 고안한 프로그램임에도 다수의 민주당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차이나 이니셔티브가 가동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8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우수 인재와 지식재산권(IP)을 탈취하려는 중국 시도를 저지하려는 목적의 수사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바 있다. 인종적 편견과 공포를 조성한다는 우려가 커지자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2년 2월 이 프로그램을 종료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다시 바뀌었다. 공화당의 랜스 구든(텍사스) 하원의원은 “중국은 미국의 IP와 인재에 대한 절도 책임이 있다”며 차이나 이니셔티브 부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외의 나라들도 중국 견제책을 마련하는 데 고심 중이다. 유럽은 ‘EU 과학 기술 전략’을 발표하며 중국과 기술 협력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2019년부터 중국과의 기술 협력 프로젝트를 대폭 줄였고, 안보 기술에 대한 외국인 접근을 제한하는 법안을 제정해 중국과의 교류를 축소했다. 대만은 유학 장학금을 확대하고 연구비 지원과 세금 면제를 제공해 중국 본토로의 인재 유출을 막고 있다.
일본은 인센티브를 늘리는 방식으로 인재를 끌어모으고 있다. 이 나라는 최근 ‘국제 과학 인재 유치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해외 과학자(일본인·비일본인 포함)에게 연구 자금과 세금 감면 혜택을 제시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