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 중 밸류업 공시 모범 사례로 현대자동차와 메리츠금융지주를 꼽을 수 있다.” 김규식 비스타글로벌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 겸 한국거버넌스포럼 이사는 지난달 말 한경ESG 주최로 열린 ‘ESG 심화 워크숍-기업 가치 올리는 밸류업 2.0’에서 이같이 말했다. “5~10년 단위로 기업 성장 전략과 주주환원 전략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공했다”는 이유에서다.
강연에 나선 전문가들은 밸류업 공시의 핵심으로 주주환원과 성장을 꼽았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월 상장사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밸류업 공시)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기업이 직접 자사 기업가치를 평가하고, 가치 제고 목표 및 계획을 세워 시장에 알리게 한다는 취지다.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김 이사는 “최고의 주주환원은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며 “주주환원을 미래로 이연한다면 재원을 재투자함으로써 더 큰 성장을 이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민영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정확성과 적정성이 담보된 자율공시”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공시를 너무 간략하게 하면 행동주의 펀드 등의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장훈 삼정KPMG 밸류업 지원센터장은 ‘시장이 무엇을 알고 싶은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일본의 많은 기업이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과 자본 비용 감소로 기업가치 개선을 설명하는 데 비해 한국에선 아직 그런 사례가 없어 아쉽다”며 자기자본비용(COE)과 ROE를 핵심 지표로 삼아 공시할 것을 추천했다. 주주가 투자한 자본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해 성장을 달성할 것인지를 제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용범 삼일PwC 밸류업지원센터장은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계획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을 예로 들며 회사 현황을 구체적으로 진단하고 ROE를 핵심 지표로 제시하거나 업(業)에 맞는 자기만의 핵심 지표를 선정한 기업 등을 모범 사례로 꼽았다. 배당 없이 이익을 재투자해 차입 부담을 줄인 것도 시장에서 긍정적인 호응을 받았다.
김한석 딜로이트 기업지배기구발전센터장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원하는 수준의 거버넌스 구축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현화 기자 kuh0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