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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주식 600만 주의 행방이 미궁에 빠졌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당 사건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에르메스 창업자 티에리 에르메스의 증손자인 니콜라 푸에시(81)는 자신이 보유하던 600만 주 상당의 에르메스 주식이 사라졌다고 주장하며 횡령 의혹을 제기했다. 푸에시가 주장하는 600만 주는 에르메스 전체 지분의 6%에 해당하며, 시가로 약 130억유로(약 18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푸에시는 해당 주식을 자선 단체에 기부할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에르메스 가문은 수년간 세 갈래로 나뉘었으며 푸에시는 그중 하나인 푸에흐 가문에 속한다. 푸에흐 가문의 대부분은 사업에 관여하지 않고 배당금을 받으며 조용히 생활해왔다. 1993년 상장된 에르메스는 여전히 74%의 가족 소유 지분을 유지하고 있다. 푸에시는 1996년 어머니 사망 후 에르메스 지분 5%를 상속받아 개인 최대 주주 중 하나가 됐고, 이후 누나가 사망하면서 지분 1%를 추가로 물려받았다.
푸에시는 자신의 자산을 1980년대부터 관리해 온 에릭 프레몽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프레몽이 자산 관리인으로서 자신의 계좌에 접근해 주식을 빼돌렸다는 주장이다. 푸에시는 프레몽이 수십 년 전 프레몽이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와의 비밀 거래 과정에서 주식을 빼돌렸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의 증언을 요청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프레몽은 푸에시가 자작극을 벌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배우자나 자식이 없는 푸에시가 주변의 모로코 국적 정원사와 그의 여자친구에게 심리적으로 조종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푸에시는 스위스 알프스의 한 작은 마을에서 은둔 생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몽에 따르면 정원사와 그의 여자친구는 푸에시로부터 스위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지에 위치한 54개의 부동산을 선물로 받았으며, 정원사는 푸에시의 양자로 입양 절차를 진행 중이다. 스위스 법에 따르면 양자로 입양될 경우 상속세가 면제되기에 이를 노린 것이라는 지적이다. 니콜라스 보싱어 이소크라테스재단 최고경영자(CEO)는 푸에시가 자신이 설립한 자선재단인 이소크라테스재단에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유언을 철회했다고 전했다.
사건을 복잡하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은 푸에시의 주식이 무기명주식이라는 점이다. 에르메스 가문의 다른 구성원들은 이름이 등록된 기명주식을 소유하고 있으나, 푸에시의 주식만 무기명으로 발행됐다. 이에 따라 현재 이 지분을 보유한 사람이 배당금을 받더라도 신분을 추적하기 어렵다고 에르메스 측은 설명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