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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에서 공화당을 이끄는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반도체법을 폐지하겠다고 말했다가 발언 진화에 나섰다.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존슨 의장은 지난 1일 뉴욕주 시러큐스에서 열린 공화당 브랜던 윌리엄스 하원의원 지원 행사에서 '공화당이 오는 5일 선거에서 백악관과 의회를 모두 가져가면 반도체법을 폐지하겠냐'는 질문에 "난 우리가 아마 그렇게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반도체법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제정했다.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반도체 생산 보조금 390억달러와 연구개발(R&D) 지원금 132억달러 등 5년간 총 527억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반도체 제조사인 마이크론은 뉴욕주 시러큐스에 반도체 공장을 신설해 61억달러의 반도체법 보조금을 받는다. 한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의 TSMC 등 세계 유수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짓는 대가로 보조금을 받게 될 예정이다. 행사 당시 존슨 의장 옆에 있던 윌리엄스 의원은 같은 질문에 반도체법을 폐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확실히 반도체법은 여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내 일은 내 옆에 있는 분(존슨 의장을 지칭)을 계속 로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재선에 성공하면 존슨 의장에게 반도체법이 얼마나 중요한지 밤낮으로 상기시키겠다"고 했다. 윌리엄스 의원은 이후 배포한 성명에서 "존슨 의장이 자신에게 질문을 잘못 들었다고 해명하고 사과했다"고 밝혔다.
같은 성명에서 존슨 의장은 "난 마이크론이 뉴욕 중앙으로 이전오는 것을 완전히 지지하며, 반도체법은 폐지 대상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윌리엄스 의원은 이번 미 대선과 함께 치르는 하원의원 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할 가능성이 가장 큰 공화당 현직 중 한명으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그런 윌리엄스 의원의 유세 현장에서 존슨 의장의 발언은 표심을 더 잃게 만들 수 있는 실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대선 캠프는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에 성공할 경우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폐지해 미국 제조업 부흥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조 로건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반도체법을 "부자들만을 위하는 정말 나쁜 거래"라며 "기업들에 보조금을 주는 대신 관세를 부과해 미국에 공장을 짓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