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이 분실한 휴대전화와 현금을 임의로 처분했다 정직 처분을 받은 노조원을 제명한 노조가 전별금 2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법 제13민사부(재판장 이지현)는 충북 청주의 한 시내버스 기사 A씨가 노조를 상대로 낸 퇴직금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한 노조의 조합원 제명 처분은 무효"라며 "노조는 A씨에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A씨는 2022년 12월 승객이 분실한 휴대전화와 현금 30만원을 습득해 임의로 처분했다. 이 일로 회사 징계위원회가 열려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게 됐다.
A씨가 소속된 노조는 이를 근거로 별도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조합원 제명 처분을 확정했다.
A씨는 제명 처분은 무효라면서 노조가 퇴사자에게 지급하는 전별금 2100만원을 내놓으라고 주장했다.
노조 입장은 달랐다. A씨의 범죄 행위로 명예가 실추된 만큼 제명 사유에 해당하고 제명된 노조원에겐 전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 노조 측 입장이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승객이 분실한 휴대전화·현금을 습득해 임의로 처분한 행위가 범죄에 해당한다 해도 이를 두고 노조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하고 노조의 존재 의의 자체를 부인하는 정도에 이르는 행위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의 단체협약에선 승객 분실물을 임의로 처리하거나 착복한 경우를 징계싸유로 규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노조 규약엔 이 같은 경우를 징계사유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노조 규약에서 정한 징계사유는 대부분 노조 존립을 저해하는 행위들에 국한돼 있다"며 "A씨의 행위가 노조 규약에서 정하는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도 의문"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A씨의 징계사유가, 노조가 노조원들에 대해 할 수 있는 징계처분인 경고·정권(조합원 권리 정지)·제명 중 가장 중한 처분인 제명 처분이 불가피한 중대한 징계사유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워 보인다"며 "제명 결의로 노조원으로서 전별금을 지급받을 권리 등을 잃게 되는 등 제명으로 인한 A씨의 불이익이 상당히 크다고 보이기도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A씨의 재직기간과 전별금 책정 기준인 조합원 수 등을 고려해 약 2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