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모텔 개관에 초비상…'세종의 강남'에 무슨 일이 [관가 포커스]

입력 2024-11-01 14:13
수정 2024-11-01 17:32
정부 부처 등 중앙행정기관이 밀집한 세종시에 이르면 내달 첫 소형호텔이 문을 열 예정이다. 세종시는 고질적인 숙박난을 해결하기 위해 주거지역과 학교가 밀집한 나성동에 소규모 숙박시설을 대폭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학부모 등 지역 주민들은 교육환경 저해 등을 이유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2청사 남쪽에 첫 입점1일 관계 기관에 따르면 세종시 나성동 정부세종 제2청사 남측 지역에 있는 트리플렉스빌딩 2층에 40여개 객실을 갖춘 소형 호텔이 이르면 내달 문을 열 예정이다. 소방방재청과 인사혁신처가 입주한 정부세종 제2청사 바로 뒷편이다. 세종시 간선급행버스체계(BRT) 정류장에서 도보로 2분 거리다.

이달 기준으로 세종시 신도심에서 운영 중인 숙박시설은 정부세종 제1청사가 자리잡고 있는 어진동 코트야드바이메리어트호텔(367실), 베스트웨스턴플러스호텔(281실), 라고바움(33실) 등 총 5개소 705실이다. 어진동 신라스테이(250실)는 내년 초 문을 열 예정이다. 대부분 대형 규모의 호텔이다.

숙박시설은 크게 관광숙박시설과 일반숙박시설로 나뉜다. 관광숙박시설은 흔히 호텔이라고 부르는 숙박시설로, 문화체육관광부가 관리한다. 관광진흥법에 따라 인허가를 얻고, 등급 평가를 받아야 한다. 예컨대 5성급 특급호텔 등 등급이 부여된 호텔은 모두 관광숙박시설이다. 관광숙박시설이라는 상호를 사용하기 위해선 객실 규모와 외국어 구사가 가능한 직원 등 관광진흥법상 명시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호텔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만 외관을 보면 사실상 모텔이나 여관인 경우도 적지 않다. 다만 호텔이라는 명칭은 쓰는 것은 가능하다. 과거 모텔이나 여인숙 및 여관으로 불렸던 숙박업소들도 1999년 공중위생관리법이 개정되면서 호텔이라는 명칭을 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들을 일반숙박시설이라고 부른다. 소관 부처는 보건복지부로, 공중관리위생법 적용을 받는다. 등급은 존재하지 않는다.

관광숙박시설과 일반숙박시설은 취사를 할 수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대실 가능 여부다. 관광숙박시설은 숙박만 가능하지만, 일반숙박시설은 2~3시간 등 짧은 시간 동안 대실도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비용도 저렴하다.

내달 개소를 앞둔 나성동 소형호텔은 관광진흥법에 따라 사업계획 승인을 얻은 관광숙박시설이다. 다만 기존에 조성된 상가에 입접하기 때문에 세종시 어진동에 있는 기존 대형호텔에 비해 규모가 작다. 객실도 40여개에 불과하다. 1박 가격도 기존 호텔보다 저렴한 10만원 안팎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객실 수가 적은 소형 호텔이어서 모텔 등 일반숙박시설이라고 여기는 지역 주민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 도시과 관계자는 “관광진흥법에 따라 승인을 내준 관광숙박시설로, 일반숙박시설인 모텔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시는 이 곳 뿐 아니라 나성동에 객실 40개가량을 보유한 소규모 관광숙박시설을 곳곳에 짓겠다는 계획이다. 세종시는 지난해 8월 소방방재청과 인사혁신처 인근 5필지(기존 상가구역)와 나대지 3필지 등 모두 8필지를 입점 허용 구역으로 지정했다. 기존 상가구역에선 건축물의 용도변경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만 세종시는 주민 반발을 의식해 신도심엔 모텔 등 일반숙박시설 조성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먹자골목 연계한 모텔촌 될 수도”세종시는 중앙부처와 국책연구기관이 있어 세종의 숙박 수요가 높지만, 숙박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달 기준 세종시 신도심 내 숙박시설은 705실이다. 인구가 비슷한 충남 아산시(206개소·6339실), 대전 유성구(101개소· 4856실), 충남 공주시(140개소·3201실) 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세종시를 찾은 방문객들이 대전 유성구 등 다른 지역의 숙박시설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 세종시 관계자 설명이다.

다만 지역 교육계와 학부모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중소형 숙박시설이 잇따라 들어서는 나성동엔 아파트 등 각종 주거지역 및 초·중·고등학교가 자리잡고 있다. 물론 학교보건법 시행령(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에 따르면, 학교에서 직선거리 200m 이내에는 숙박업소는 일절 들어설 수 없다.

다만 주민들은 학교정화구역이 아니더라도 숙박시설이 잇따라 나성동에 입주하면 교육환경을 크게 저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상당수는 중앙행정기관이나 국책연구기관 등에서 근무한다. 나성동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지난해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지역 주민 수천명의 반대 서명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2021년 세종시 보람동에선 소형 호텔 입점을 놓고 지역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세종시가 호텔 인허가를 취소하기도 했다.

특히 주민들은 첫 소형호텔 개소가 나성동 곳곳으로 일반숙박시설인 모텔이 침투하는 계기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지난 6월 나성동 숙박시설 집적지역을 지정해 체계적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 곳엔 관광숙박시설 뿐 아니라 모텔 등 일반숙박시설 입점이 원칙적으로 가능하다. 이 곳에만 최대 700실의 숙박시설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이 곳은 나성동 먹자골목에서 1.5㎞ 가량 떨어져 있다. 나성동 먹자골목은 술집과 식당이 밀집한 곳으로 ‘세종의 강남’으로도 불린다. 한 정부부처 공무원은 “먹자골목에서 숙박시설이 잇따라 조성될 곳까지는 1.5㎞밖에 떨어져 있기 때문에 젊은 미혼 남녀들의 이용이 활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역 주민들은 나성동이 먹자골목과 연계한 모텔촌으로 전락할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세종시는 건전한 숙박 환경 조성을 위해 합동단속반을 구성해 철저한 단속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관광숙박시설이 고객을 상대로 대실 서비스를 하는 것은 철저히 막겠다는 계획이다. 불법영업 등 법 위반 사항 발생시 영업정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