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남녀노소 찾던 노래방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개업보다 폐업이 많아진 지 벌써 8년째다. 그나마 코인 노래방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코인 노래방 개업도 줄고 폐업은 늘면서 업황이 악화하고 있다. 2017년까지 개업 1000곳 넘었는데
올해는 300곳도 안 될 수도2일 한경닷컴이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 개방을 통해 산출한 결과, 2017년 이후 노래연습장업(이하 노래방) 개업점포 수가 폐업점포보다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개업한 노래방 수는 2017년까지 1000곳을 웃돌다, 2018년 774곳→2019년 754곳→2020년 389곳→2021년 249곳→2022년 456곳→2023년 510곳→2024년 1~9월 243곳이다.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1년을 제외하고 지난 10년간 올해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팬데믹 이후 반등하는가 했다가 올해 다시 고꾸라진 것이다.
폐업은 2015년 1041곳→2016년 1109곳→2017년 1314곳→2018년 1409곳→2019년 1619곳→2020년 2238곳→2021년 1583곳→2022년 950곳→2023년 999곳→2024년 1~9월 691곳이다. 그래프로 비교해보면 2018까지 엇비슷했던 개업과 폐업 점포 수였지만, 2018년부터 폐업이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10년간 개업한 노래방 수는 7153곳이었는데, 폐업점포수는 1만2953곳에 달해 2배 가까웠다. 올해 강원·경북·광주·대구·대전·부산·세종·울산·제주 등 9개 시도에서는 새로 개업한 노래방이 10곳도 안 됐다. 노래방 갈 이유도, 만들 이유도 조금씩 사라져시작은 52시간제 도입,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문화 확산, 코로나19 팬데믹 등 사회문화적 변화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다. 노래방 산업이 본격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52시간제가 시작된 2018년이다. 그해 노래방 폐업 건수가 개업보다 2배가량 많은 수준으로 폐업이 많았다. 비슷한 추세가 계속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인 2020년과 2021년에는 폐업이 개업의 4~8배에 달할 정도로 급증했다. 학생 층은 비대면 수업을 들으면서 친구들과 교류가 줄었고, 직장인들 또한 회식 문화가 줄어들면서 노래방 수요가 급감한 결과로 풀이된다.
최저임금 상승 여파로 인건비 등 부담을 줄일 수 있고 '혼코노'(혼자 코인 노래방)라는 말이 인기를 끌면서 코인 노래방이 많아지는가 했지만, 엔데믹 이후에도 올해 누적 개업 수는 전년의 절반가량에 그칠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업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코인 노래방 폐업도 2018년까지는 연간 0~30건 정도로 미미했으나 최근에는 연간 60건으로 늘어났다. 전체 노래방 폐업점포 중 코인 노래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까지 5%를 넘긴 적이 없는데 매년 상승해 최근에는 8%가 됐다.
음악 트렌드의 변화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아이돌 중심으로 음반 산업이 움직이면서, 혼자나 소수로 음악을 부르기에 적절한 노래들이 나오지 않으면서 자연스레 코인 노래방이 젊은 세대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외식업 물가 급등으로 부담이 커진 젊은 층은 문화 소비 여력까지 줄어든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무인 노래방 등으로 운영되는 일도 발생하면서 사건·사고도 적지 않게 발생하는 분위기다. 업황도 좋지 않은데, 관리 또한 생각보다 쉽지 않아 창업을 꺼리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에는 경기 양주시의 한 무인 코인노래방에서 초등학생들이 각 방을 돌며 기계들을 박살을 낸 데 이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한 점주가 개업 한 달 만에 주취자가 노래방 내 문, 반주기, TV 등을 파손했다며 하소연하는 글을 올리는 일도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는 노래방 창업을 만류하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코인 노래방 창업 문의 글에 한 코인 노래방 점주는 "코인 노래방도 끝물이다. 500~1000원 쓰고 30분 앉아있는 사람도 있다. 올 때만 우르르 오고 없을 땐 내내 파리만 날린다"며 신중한 창업을 권유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