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불법 공매도' 재판서 혐의 부인…"의도 無, 의사소통 오류"

입력 2024-11-01 13:16
수정 2024-11-01 17:32


158억원 규모의 무차입 공매도를 벌인 혐의로 해외 투자은행(IB) 최초로 기소됐던 HSBC 홍콩 법인에 대한 첫 정식 재판이 열렸다. 이날 HSBC 측은 법원에서 혐의를 공식 부인했다.

서울남부지법 제13형사부(김상연 부장판사)는 1일 오전 10시부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HSBC 홍콩 법인에 대한 첫 정식 공판기일을 열었다. 지난 3월 기소 이후 7개월 만에 열린 정식 공판이다. 해외 트레이더들의 출석 문제와 검찰 공소 내용에 대한 재판부 이견으로 세 차례나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탓이다.

이날 HSBC 홍콩 법인은 '위법한 공매도를 할 의도는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HSBC 측 변호인단(법무법인 광장·이기리, 장준아 변호사)은 "보유한 주식 수량 초과해 매도 주문이 거래소에 제출된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공매도 규제 내 자체은행 잔고 관리 시스템을 준수하는 과정에서 실수 및 의사소통 오류가 있었을 뿐 의도적으로 공매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HSBC 측은 실제로 공매도 주문 결과로 매매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점에서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미수행위는 자본시장법상 처벌 규정이 없어 주문 행위 자체는 범죄가 아니"라고 했다. 이어 "은행 임직원 그 누구도 한국 법령을 위반해 공매도를 낼 의지가 없었고 통제시스템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것도 사후에 알았다"며 "의도적인 법 위반을 할 유인도 없고, 과징금 75억원도 납부했다"고 설명했다.

HSBC를 검찰에 고발했던 금융감독원 불법 공매도 조사팀 직원 A씨가 검찰 요청에 따라 이날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이 무차입 공매도의 동기 판단 정황을 묻자 A씨는 "(HSBC가) 국내 공매도 규정에 대해 이메일로 수탁증권사로부터 내용을 전달받아 잘 알고 있다고 봤다"며 "그런데도 차입 가능 수량과 확정 수량을 오인해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건 어폐가 있어 고의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금감원 조사 결과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트레이더들에 대한 위법행위가 인정돼야 HSBC 처벌 여부를 따질 수 있는데, 정작 트레이더들에 대한 조사가 명확하지 않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A씨에게 "트레이더들에게 준법확약서를 보내거나 직접 조사를 했나"고 묻자 A씨는 "아니"라고 했다.

앞선 공판준비기일에서도 재판부는 "검찰이 공모 여부와 관련해 피고인을 직접 조사하지 않았다"며 트레이더들의 불법 공매도 공모가 특정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또 매도 주문을 넣는 것만으로는 기수(범죄 성립)가 되지 않는 만큼 검찰의 공소장 변경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HSBC 홍콩 법인 소속 트레이더들은 투자자들로부터 매도 스와프를 주문받은 후 호텔신라 등 9개 상장사 주식 31만8781주(157억8468만원)를 공매도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금감원으로부터 불법 공매도 조사 결과를 통보받고 수사를 거쳐 지난 3월 이들을 기소했다. HSBC 법인도 양벌규정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