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1위를 기록한 삼성전자가 보급형 인공지능(AI) 스마트폰을 앞세워 경쟁사들과 격차를 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 Z폴드 중 가장 얇은 기종을 270만원대에 선보이는 등 제품군을 늘리고 있다. 아이폰16 시리즈를 내세운 애플과 폴더블·AI폰을 연이어 공개한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대응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갤S24 FE 국내 출시…'AI 탑재' 가성비 주목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보급형 AI폰 '갤럭시 S24 팬에디션(FE)' 기종이 이날 국내 출시됐다. FE 기종은 삼성전자 플래그십 기종인 '갤럭시 S 시리즈'의 핵심 기능을 구현하면서도 사양을 낮춰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모델이다.
S24 FE는 지난 9월 공개됐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삼성전자가 그간 내놓은 주요 AI 기능을 모두 사용할 수 있어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 AI의 혁신적인 기능과 함께 게임, 촬영, 콘텐츠 감상 등 일상의 다채로운 재미와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이 모델은 사진 편집 기능을 한층 끌어올렸다. AI 기반의 '프로비주얼 엔진'을 탑재해 줌 기능부터 '나이토그래피'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안정된 화질을 제공한다. ISP(Image Signal Processing)를 적용해 어두운 곳에서도 노이즈가 적은 선명한 인물 사진을 활영할 수 있다.
사진 편집 기능은 생성형 편집·인물사진 스튜디오 등 갤럭시 AI 기반의 '포토 어시스트'를 통해 지원된다.
고사양의 게임도 안정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전작보다 2배 빨라진 '엑시노스 2400e' AP 칩셋을 사용했다. 1.1배 더 커진 베이퍼 챔버도 갖췄다. 베이퍼 챔버는 AP의 열을 분산시켜 스마트폰이 과열되지 않도록 방지한다.
170.1mm(6.7형)의 다이내믹 아몰레드(AMOLED) 2X 디스플레이와 4700메가암페어시(㎃h)의 대용량 배터리로 더 오래 영상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갤럭시 주요 AI 기능도 모두 사용 가능하다. 화면에서 궁금한 내용이 위에 동그라미를 그리면 검색 결과를 제시하는 '서클 투 서치', 상대방의 언어를 번역해주는 '실시간 통역' 등이 제공된다. 긴 글을 정리해주는 '노트 어시스트', 인터넷 페이지를 원하는 언어로 번역·요약하는 '브라우징 어시스트' 기능도 갖췄다.
이날부터 다음 달까지 S24 FE를 구매한 고객에겐 케이스, 갤럭시 워치7, 갤럭시 버즈3 등을 할인받을 수 있는 쿠폰을 지급한다. 유튜브 프리미엄·윌라 무료 이용권 등도 제공한다. 출고가는 94만6000원으로 기존 갤럭시 S24보다 저렴하다.
전작보다 출시 한 달 빨라…'글로벌 1위' 수성 집중삼성전자는 아이폰16 시리즈로 국내 시장을 공략 중인 애플에 맞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작인 갤럭시 S23 FE의 경우 지난해 10월 초 공개한 이후 약 2개월 뒤인 같은 해 12월 초 국내 출시됐다. 하지만 신작 S24 FE는 지난 9월 27일 공개됐고 약 한 달 만인 이날 출시된 것.
아이폰16 시리즈가 기대 이하의 성능으로 실망감을 줬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예상 판매량도 낮춰잡혔지만 여전히 막강한 시장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16 시리즈 출시에 힘입어 지난 9월 전 세계 1위 브랜드에 올랐다.
글로벌 시장에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제품으로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는 중국 업체들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S24 FE는 중국 업체들이 공략 중인 가성비 제품군에서 경쟁할 기종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판매량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중국 업체들과의 폴더블폰 두께 전쟁에도 뛰어들었다. 최근 출시한 갤럭시 Z폴드 스페셜에디션(SE)은 역대 Z폴드 중 가장 얇지만 중국 업체들이 내놓은 폴더블폰보다는 두껍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를 보면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중 19%를 차지해 선두를 달렸다. 애플은 16%로 뒤를 이었다. 중국 샤오미·오포·비보 등 3곳은 자국과 인도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량을 늘려 이 기간 총 3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전날 스마트폰 사업을 맡는 자사 모바일경험(MX) 부문에서 3분기에만 29조9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분기보다는 13%,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3% 증가한 것이다. 플래그십 제품을 중심으로 매출이 늘면서 실적을 끌어올렸다.
삼성전자는 올 4분기 연말 성수기를 노려 두 자릿수 이상의 플래그십 매출 성장률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내년엔 AI 기능을 고도화하고 연초에 갤럭시 S25를 출시할 계획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