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저층 고층 어디가 좋나요?"…글 올렸더니 난리가 났다 [오세성의 헌집만세]

입력 2024-11-02 08:41
수정 2024-11-02 09:12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아파트 저층과 고층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층과 고층 중에 어느 쪽이 실거주에 좋은 환경인지를 두고 저층을 옹호하는 이들과 고층을 선호하는 이들의 갑론을박이 끝나지 않는 탓입니다.

최근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저층 고층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쓴이는 "고층과 저층 모두 경험했지만, 가구 수 대비 엘리베이터가 부족한 곳에 살아보니 고층이 지옥이었다"고 토로했습니다. 다른 누리꾼도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니 5층을 넘어가면 밖을 오가기가 쉽지 않았다"며 "엘리베이터가 멈춘 그 시기만큼은 저층이 너무나 부러웠다"고 말했습니다

"엘리베이터 기다리기 불편하고 건강에도 나쁘다는데 어떻게 살아요"저층을 선호하는 이들이 고층에 대해 가장 문제 삼는 것은 엘리베이터로 인한 불편입니다. 가구 수 대비 엘리베이터 대수가 적으면 올라가고 내려가는 데 불편이 크다는 지적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노후 아파트일수록 심한 편입니다. 1991년 제정된 관련 규칙에서는 계단실형 공동주택의 경우 계단실마다 1대 이상, 복도형인 공동주택에는 1대에 100가구를 넘는 100가구마다 1대를 더해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쉽게 요약하면 계단식 아파트의 경우 한 층에 3가구 이상 있더라도 엘리베이터는 1대만 있으면 되며, 복도식도 199가구까지 1대만 설치해도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 규정은 2013년 더 많은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도록 개정되면서 거주자 편의성이 개선됐지만, 이미 지어진 아파트에 소급 적용되진 않았습니다. 여기에 더해 낡은 엘리베이터의 느릿한 속도도 불편을 더하는 요인입니다.

이는 고층 아파트가 건강에 나쁘다는 주장으로 이어집니다. 일본 도카이대 의학부 오사카 후미오 교수는 '고층아파트 거주와 임산부 및 신생아의 건강관계 영향'이라는 연구에서 10층 이상에 사는 임산부의 유산·사산이 1·2층 임산부보다 2배 이상 많이 나타난다고 주장했습니다. 번거로움으로 인한 외출 부족이 임산부에게 스트레스를 줬고, 유산·사산 증가로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공기 질도 문제로 꼽힙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공동주택 오염도 변화 추이 파악을 위한 조사연구(2007)’에 따르면 어지럼증, 피부질환 등을 일으키는 포름알데히드 농도가 저층은 1㎥당 137㎍(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이지만 고층은 157㎍으로 나타났습니다. 신경독성 발암 작용을 하는 벤젠·톨루엔·자일렌 등 총휘발성유기화합물질(TVOC) 농도 역시 저층보다 고층이 높았습니다.

연구 논문 '아파트 주거 층수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2001)에서는 고층에 사는 사람이 저층 거주자보다 병원에 가는 횟수가 두배 이상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고층의 습도와 산소량, 자외선량, 진동 등이 인체에 악영향을 줘 감기, 기관지염, 비염 등 호흡기 질환과 소화기 질환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는 내용입니다.

저층의 장점으로는 외출이 편리하다는 점과 층간소음에서 유리하다는 점이 꼽힙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아도 걸어서 바로 나갈 수 있고, 아래층이 없으니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조경을 잘 꾸민 아파트의 경우 조경수가 드리워져 숲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거나 취향에 맞게 가꿀 수 있는 개별 정원이 딸려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부분입니다. "항상 시끄러운 저층…볕 안 들어 곰팡이 슬고 벌레도 꼬이는데 왜 살아요"다만 고층을 선호하는 이들은 이러한 저층 옹호론에 콧방귀를 뀝니다. 고층 거주에 다소 불편이 있을 수 있지만, 저층의 단점에 비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가장 많이 지적받는 저층의 단점은 일조량입니다. 낮은 곳이기에 기본적으로 볕이 잘 들지 않은데다, 나무에 가로막히는 볕도 많으니 집 안이 어두컴컴하고 춥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 볕이 적게 드는 탓에 집 안이 쉽게 습해진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층은 환기에 신경 쓰지 않으면 집 곳곳에 곰팡이가 슬기 십상입니다. 땅과 가깝고 습하다 보니 벌레도 많습니다. 특히나 노후 아파트의 경우 방충망을 열심히 닫아도 모기와 무당벌레, 거미, 개미 등이 들어오곤 합니다. 여름이면 매미가 방충망 한 쪽에 자리를 잡고 시끄럽게 울어대기 일상입니다.

1층에 살다 고층으로 옮겼다는 현모씨는 "밤에 잠이 깨서 물을 마시러 나왔다가 개미 수백마리가 거실을 점령한 모습을 본 적이 있다"며 "음식물도 깔끔하게 치우고 곳곳에 약도 쳐서 수년째 잘 관리하고 있었는데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 후로 다시 개미가 들어온 적은 없지만, 어디로 들어왔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며 "개인의 노력으로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전세 기간이 끝나자마자 고층으로 이사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아파트 거주자들이 집 앞을 오가기에 항상 소음이 많다는 점도 기피 요소로 꼽힙니다. 노후 아파트의 경우 겨울마다 배수구가 역류할 위험도 안고 있습니다. 노후 아파트에서는 배수구가 지층에서 노출된 구조가 많은데, 겨울철 추위가 길어지면 이 부분이 얼어붙곤 합니다. 그럴 때 고층에서 세탁기를 사용하면 거기서 나온 오수는 아파트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고 1층에서 역류하게 됩니다. 어느 집에서 세탁했는지 확인할 방법도 마땅치 않기에 1층 주민들만 낭패를 보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야외에 주차장이 있는 노후 아파트는 매연도 신경 쓰이는 요소입니다. 자동차에서 나오는 매연이 화단을 거쳐 1·2층으로 향하는 탓입니다. 한밤중 배달 오토바이가 집 앞으로 오면서 소음을 내기도 하고 아파트 내 흡연구역이 가까이 있다면 원치 않는 담배 냄새도 수시로 들어오게 됩니다. 오가는 사람들이 집 안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모두 고층에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부분입니다.

고층의 장점으로는 저층에 비해 압도적인 일조량이 가장 먼저 꼽힙니다. 더 많은 볕이 들어오기에 집 안이 환하고 습도도 낮게 유지됩니다. 아파트 밖에서 발생하는 자동차 소음이나 공사 소음, 이웃들의 대화 소리 등 생활 소음에서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 앞에 장애물이 없다면 탁 트인 조망을 감상할 수 있고 바람이 잘 통하기에 환기에도 유리합니다.

층에 대한 선호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시장에서는 고층에 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1층에 비해 고층은 가격이 높고 거래도 활발한 편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어린 자녀를 키우거나 나이가 많은 분들은 1층을 선호하지만, 그 비중이 크지는 않다"면서 "1·2층에 비해 고층은 가격도 15% 정도 높다. 같은 값이라면 대부분 저층이 아닌 고층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