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공계 인재들도 취업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내 인재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가는데 해외에서 인재를 유치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홍성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과학기술인재정책연구센터장은 31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4’의 ‘두뇌 유출: 글로벌 인재 이동’ 세션에서 “국내와 해외를 불문하고 인재가 자발적으로 찾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에선 과학기술 인재가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홍 센터장의 지적이다. 공학계열 대졸인력의 취업률은 2013년 76.7%에서 2021년 69.2%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인문·사회·자연·의약 등 7개 계열 가운데 취업률 감소폭이 가장 컸다.
홍 센터장은 “우리나라는 독일에 이어 이공계 비중이 가장 높다”며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있지만 이공계 대졸 이상 학생수는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시장에서 이공계 학생의 공급이 늘어나면서 과학기술 인재의 처우가 오히려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노동시장 상황은 인재 확보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간하는 세계인재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고숙련 인재가 느끼는 기업 환경 만족도’에서 한국은 지난해 47위를 기록했다. 중국(39위)과 비교해도 뒤처진 수준이다. 2015년 37위에서 오히려 후퇴했다.
최서리 이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에 있는 많은 과학연구 인재들이 정규직 일자리 확보에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며 “인재들이 해외에서 기회를 모색한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홍 센터장은 “이제는 인재를 어떻게 확보하고 키울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성공 방정식을 모두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선 ‘인재풀’을 관리하고, 비자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 연구위원은 “한국 취업에 관심이 있는 해외 인재풀을 구축하고 국내 구인·구직 플랫폼과 연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개방적인 이민 정책을 운영하는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는 영주권 취득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며 “지금처럼 비자 제도가 복잡하면 인재를 채용하는 기업과 외국인 모두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 이민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태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이주부 이코노미스트는 “가장 중요한 건 사회통합”이라며 “이민자들이 동료 시민으로서 같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해외 인재에게도 매력적 사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