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 감소와 내수 부진 여파로 국내 생산과 소비 지표가 한 달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현재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하락해 7개월째 반등하지 못했다.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면서 올해 경기가 하반기로 갈수록 꺾이는 ‘상고하저(上高下低)’의 경기 흐름이 예상된다.
31일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전(全)산업 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3.6으로 전달보다 0.3% 감소했다. 전산업 생산은 8월 1.3% 늘며 4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지만, 9월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부문별로 보면 광공업 생산은 기계장비(6.4%)에서 늘었지만, 반도체(-2.6%)가 주춤하며 전월보다 0.2% 감소했다. 내수와 직결된 서비스업 생산은 0.7% 뒷걸음질했다. 지난 5월(-0.8%) 감소한 뒤 3개월 연속 증가하다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재화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0.4% 줄었다. 8월 1.7% 증가한 뒤 한 달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17.0%) 투자가 늘면서 전달보다 8.4% 증가했다. 최근 한 달간 공사 실적을 뜻하는 건설기성은 전달보다 0.1% 감소했다. 5월부터 5개월째 감소세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건설기성액·소매판매 감소 등 영향으로 전달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과 같았다. 동행지수·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각각 7개월, 3개월 연속 보합 및 하락하며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3분기 기준으로 보면 전산업 생산은 제조업 감소(-0.5%) 등 여파로 전 분기 대비 0.2% 줄었다. 다만 전년 동기 기준으로는 지난해 3분기 이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소매판매는 0.5% 줄며 3분기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기획재정부는 3분기 산업활동 동향은 지난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와 비슷한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성장률이 당초 정부가 제시한 전망치(2.6%)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GDP는 전 분기 대비 1.3% ‘깜짝 증가’했지만 2분기엔 내수 침체와 기저효과 등으로 0.2% 뒷걸음질했다. 3분기엔 수출 증가세 둔화로 당초 전망치(0.5%)를 크게 밑도는 0.1% 증가에 그쳤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 올해 성장률이 2.2~2.3%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