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청구서'에 떠는 대만

입력 2024-10-31 17:39
수정 2024-11-01 01:25
대만에 ‘동맹의 비용’을 청구하겠다고 거듭 밝혀 온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여부는 중국과 대만 양안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주말 유명 팟캐스트 진행자 조 로건과의 인터뷰에서 “대만은 우리의 반도체 비즈니스를 훔쳤는데도 우리의 보호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엔비디아와 애플 아마존 구글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이 TSMC 반도체에 의존하는 상황을 대만이 반도체 사업을 “훔쳤다”고 묘사하면서 방위 비용을 더 받아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다.

중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을 자국에 유리하게 해석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주펑롄 중국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미국은 항상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하며, 대만이 언제든지 ‘버리는 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은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지난 10일 “대만과 중국은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고 발언한 것에 반발해 14일 대만을 포위하는 군사 훈련을 하는 등 위협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양안 문제를 경제 문제로 치환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는 양안 갈등 해결책에 대한 질문을 받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을 공격하면 중국에 관세를 150~200% 매기겠다”고 했다. 또 자신이 시 주석과 “매우 강력한 관계”라며 “그는 나를 존중하고 내가 완전히 미쳤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대만 내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태도에 대한 경계가 커지고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궈즈후이 대만 경제부 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팟캐스트 발언에 대해 “미국의 성공적인 민주 선거를 기원한다”고만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태도와 별개로 미국 정부는 1979년 제정된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에 방어력을 제공해야 한다. 마라 칼린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미국이 중국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군사기지 분산과 동맹 강화, 대만군 개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